겸재 정선,
그림 속으로 들어가다 2

공암층탑(孔巖層塔), 소요정(逍遙亭)

by 빨간사과

- 공암층탑(孔巖層塔)


공암은 절경이라


<공암층탑>, <안현석봉>, <소요정>을 그렸지

한강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겨가며

차례로 드러낸 풍경 배열하니 좋더군


늠름한 바위 절벽으로 산봉우리 하나

먹물에 스며든 선은 무르녹아 세밀하고 부드러웠네

먼 산의 분위기가 고즈넉하고 은은하여 아기자기한데

단단하고 야무진 바위 모습이

나룻배처럼 천천히 다가왔지


물살은 거의 없고

잔잔한 산수화풍으로 떠 있는 배

선비를 닮은 낚시꾼일까

혼자서 뱃전에 앉아 낚싯대를 길게 들고

느긋하게 낚시하는데

넉넉하고 여유로운데

고요하게 보이는 바람결은 보이지 않는데

강은 항상 천천히 깊게 흘렀네


물살의 번짐인지 먹의 번짐으로 먼 산이 맑고 정갈하네

공암층탑.jpg ( 공암층탑23×29.4, 간송미술관 소장 )

그림 왼쪽에는 이병연이 <공암층탑>에 부친 시(詩)가 있다


孔岩多古意(공암다고의)

공암(孔岩)에는 많은 옛 뜻이 있는데

一塔了洪蒙(일탑료홍몽)

한 개 탑(塔)만 아득하다

下有滄浪水(하유창랑수)

아래로는 창랑(滄浪)의 물이 흐르고

漁歌暮影中(어가모영중)

어부의 노래가 저녁 그림자 속에서 들린다


- 탑


세 개의 바위 가운데 우뚝한 절벽으로 이루어진 오른쪽

바위에는 천년을 눌러앉아

천년을 버틴 허공에

부딪히는 붓 자국 같은 바람 소리가

옥개석이 얹힌 돌탑을 올려놓았다

( 공암층탑 부분, 간송미술관 소장 )

그 돌탑은 지금 사라졌다

도시 개발로 지형이 바뀌면서 현재는 이름만 남고 ‘탑산초등학교’가 그 모습을 대신하고 있다

오른쪽 바위 중 하나가 광주바위라고 하는데 경기도 광주에서 떠내려왔다는 전설을 따라 이름을 붙였다


공암탑.jpg ( 광주바위, 탑산초등학교 )

- 소요정(逍遙亭)


소요정은 아득히 거닐다, 곧 은일군자(隱逸君子)의 행세를 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겸재 정선이 소요정을 그릴 당시 공암진 탑산 남쪽에 있던 소요정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기묘사화로 인해 심정이 지은 소요정은 사라졌지만 겸재 정선은 풍경을 그냥 있는 그대로 그렸다


소요정.jpg ( 소요정33.3×24.7cm 개인 소장 )

심수경(沈守慶)은 견한잡록(遣閑雜錄)에 소요정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나의 조부(소요공 심정)는 양천현(陽川縣) 동북쪽에 있는 공암(孔巖) 서쪽 강 연안에 집을 짓고 이름을 소요당(逍遙堂)이라 하였다. 이곳 지세는 한강(漢江) 이남의 강 연안에 있는 정자 중에서 가장 승경인지라. 당시 명사(名士)들이 시를 지은 것이 정자 벽에 가득하였다.

吾祖父作堂於陽川縣東北孔巖西江岸上 名曰逍遙 其形勝爲漢江以下沿江亭榭之最 一時名士題詠滿壁

소요당.jpg ( 심수경 견한잡록, 고전번역원 DB )

- 공암, 허가바위


소요정 근처의 공암은 양천(陽川) 허씨(許氏)의 발생과 관련되어 허가바위라 하였다

공암은 구멍이 뚫린 바위란 뜻을 가졌다

허공바위.jpg
KakaoTalk_20251106_162255081_09.jpg ( 공암바위 또는 허가바위 )

공암과 관련된 기록이 다음과 같이 남아있다


양천(陽川) 허 씨(許氏)는 본래 수로왕(首露王)으로부터 비롯되는데, 여씨(麗氏)가 흥기하면서 선문(宣文)이라는 이가 태조(太祖)를 도와 공을 세움에 따라 공암(孔巖 양천(陽天))에 봉해지게 되었다.라고 장유(張維)의 계곡집(谿谷集) 묘갈(墓碣)에 기록되어 있다.

陽川之許 本出首露王 麗氏之興 有宣文者 佐太祖有功 封之孔巖

<계곡집(谿谷集) 묘갈(墓碣)>

계곡집 양천허씨.jpg ( 계곡집 묘갈, 고전번역원 DB )

- 허준근린공원, 그곳


진달래꽃 개나리꽃이 피고

버드나무 가지가 휘청하던 그곳

허준박물관에서 한강 쪽으로 가면 공원이 있다


하루 종일 배를 기다렸던 그곳, 공암나루

1980년대 올림픽대로를 만들면서 여기를 흐르던 강

고깃배와 나룻배가 드나든 곳

옛 나루터는 잘려 나가 육지가 된 곳

허가바위와 광주바위 사이에 그곳이 있다


나루터였던 자리는 강변 쪽 올림픽대로와 아파트 단지와

산책길과 자전거 길로 만들어진 그곳

지도에서 사라진 옛 강가의 일부는 연못이 되었다


연못에 갇힌 광주바위가

역사유적순례길이라는 이름으로

탑산, 공암, 허가바위, 허준공원, 허준박물관 등과

함께하고 있다


그곳에서






<참고자료>

고전번역원 DB

겸재정선미술관

간송미술관

고려대학교박물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유홍준

화인열전, 유홍준

https://www.daum.net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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