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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트라 Jul 29. 2022

당신은 얼마나 뇌에 힘 주고 살고 계십니까?

오만함에 대하여


"당신은 타인에 대한 선입견을 얼마나 배제합니까?"



살면서 내가 뼛속 깊이 새긴 것이 있다면, 타인에 대해 선입견을 갖지 않는 것이다. 이 신념을 토대로 나는 내 진짜 친구들에게 신뢰를 보여주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 선입견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우매한가. 사람은 너무나 이기적이고 간사한 존재이기 때문에 늘 한순간의 방심으로 오판을 내린다. 난 그것을 오만함이라고 부른다.


 자극적인 이야기로 예를 들어보자. 최근에 이별한 애인과 헤어진 이유가 그의 바람이었다고 치자. 정황상  남자가 바람피운 것은 맞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어 찝찝했다. 결론은  남자는 바람 피지 않았고, 몇개월  만난 다른 여자의 사진을 갖고 있었던  뿐이다. 찝찝함으로 추측을 시작하고 오해라는 진실로 마무리 된다. 본인을 이렇게 생각하게 만든 상대방이 잘못한 것이라고 합리화를 해봐도 어찌 됐건 진실은 진실이다. 한순간의 감정으로 인한 방심으로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늘 뇌에 힘을 주고 살아야 한다. 이 말은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이성과 감정이 매우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현상이 최근 MBTI 밈이 유행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전혀 다르지 않다. 인간은 늘 한 끗 차이로 매우 비합리적인 판단을 근거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오늘 기분이 뭐 같으니 기어코 시발비용을 써야겠다. 한 5만원까지는 쓸 수 있는 상황이다. 내 감정을 기반으로 돈을 쓰긴 써야겠는데, 5만원이라는 마지막 이성의 끈으로 장치를 두는 것이다.


이렇듯 전혀 다른 영역이 아니다. 언제든 감정을 토대로 이성적 판단을 할 수도 있고, 이성적 판단이라는 장치로 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다. 늘 두 영역을 오갈 수 있어야 하고,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나는 쉽게 말해 뇌에 힘주고 산다고 표현한다.




오만함이란 얼마나 사람을 간사하게 만드는가. 인간은 자신이 경험해온 데이터를 타인을 판단하는 데에 사용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런데 여기에 필요 조건이 빠져 있다. 인간은 타인을 100% 이해할 수 없다는 조건이 제외돼 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생각보다 사람을 우습고 간사하게 만든다. 한 번씩 그런 경험 있지 않은가? 최근에 친해진 친구와 어울리면서 다 좋은데 이것 만큼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 나와 가치관이 다르다고 치부하기엔 정말 거슬리는 경우. 이런 경험은 다들 한 번씩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일까?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의심이 많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완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합리화하고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닐까? 정말 잘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나와 다른 존재이고, 내가 100%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다. 나와 DNA가 같은 복제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늘 염두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보통의 상식 선은 있다. 잘못된 걸 지적하면 00년대생 친구들 중 ‘꼰대’, ‘틀딱’이라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비하하는 친구들이 꽤 많은데, 미안하지만 어린 핏덩이들은 좀 더 배워서 대화했으면 좋겠다. 보통의 상식 선은 누구나 갖춰야 할 예의범절이다. 가령 남의 집에 초대돼서 그 집에 갔는데, 장롱 문을 함부로 연다던가, 옷 구경을 한다던가, 앨범을 마음대로 꺼내서 본다던가 이런 행위들은 그 사람의 가정교육과 연관된다. 00년 대생들은 이런 개념마저 잔소리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개인의 자유는 비로소 인간의 갖춰야 할 덕목을 지킬 때 실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친구들의 부모님이 알려주지 않았나 보다. 나를 꼰대라고 한다면, 기꺼이 '젊은 꼰대'하겠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고 해서 보통의 상식 선을 무시하자고 말하는 게 아니다. 늘 상식 선은 유지한다는 전제로 뇌에 힘을 주고 살아야 한다.


오만함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는 여기서 또 일어난다. 자신이 말하는 모든 말이 옳다고, 이것이 바로 상식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간혹 있는데, 꼰대와 아집만 내세우는 사람의 차이는 행동 패턴에서 나타난다. 가스 라이팅의 차이라고 할까. 꼰대는 자신의 생각을 피력해 말이라도 듣게 하는 것이 목적인 반면, 아집만 내세우는 사람은 가스 라이팅 자체가 목적이다. 타인의 가치관과 사고를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키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늘 자신이 꼰대와 가스 라이팅 중 어느 선상을 향하고 있는지 자아성찰을 해야 한다. 인간이란 동물이 사회적 동물이기에 그렇다.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선 반드시 자아성찰이 필요하다. 뇌에 힘주고 산다는 것은 끝없는 자아성찰, 즉 나 스스로 브레이크 수단을 하나 두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는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인간은 타인이든 사물이든 무언가를 자신이 유리한 대로 조종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나부터 조심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29살 동안 살면서 내린 결론이다. 늘 뇌에 힘을 주고 살자고.


우리 모두 그렇게 삽시다. 뇌에 힘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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