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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트라 Jul 14. 2022

외로움을 이기는 방법이 있기는 한가요?

외로움을 환기시키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서


“진짜 외로울 때 어떻게 해? 그럴 때 방법이 있기는 해?”



외로움을 이기는 방법이 있기는 할까? 사실은 없다. 사람마다 버티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가 궁금하다면 기꺼이 말해줄 수 있다.




그런 말이 있다. 인간을 늘 고독함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사실 고독함과 외로움은 항상 연장선이라 어느 감정이 우선순위인지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가 외롭다? 정말 그런 상태이다. 내가 갑자기 고독하다? 갑자기 그럴 수 있다. 인간은 항상 사람을 필요로 하고, 완벽히 혼자 지낼 수 없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상황에서조차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은 따라온다. 왜 그럴까?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을 관찰해 본 결과, 인간은 무언가가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그때의 불만족이란 나의 상황이나 인간관계, 혹은 정말 별것도 아닌 딸기잼 뚜껑을 따지 못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다들 그런 적 한 번쯤 있지 않은가? 이런 딸기잼 뚜껑 따위에 내 에너지를 쏟았는데, 열리지 않았을 때의 허망함. 내가 이런 딸기잼 따위를 먹으려고 이렇게까지 힘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 쉽게 말해 ‘현자 타임’이라고 한다. 이런 현타가 누적되면 자연스레 불편한 감정이 생기고, 해소되지 못한다면 외로움 혹은 고독함으로 중첩된다. 다시 말해 사람은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하면 외로움을 느낀다.




내 경우를 들어보면, 나는 엄마와의 관계가 냉전일 때, 직장에서 업무 투입률이 150% 일 때, 식습관 고치기 짜증 날 때, 중요하지 않은 인간관계가 나를 괴롭힐 때 등등 다양하다. 이런 상황들을 온전히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달으면 무력감과 함께 고독한 감정이 밀려온다. 세상에 나 혼자인 느낌. 가라앉는 불쾌한 기분. 인생은 어차피 혼자라고 애써 위로해 봐도 어김없이 밀려오는 외로움.


그럴 때 나는 환기하려고 한다. 운동을 하든, 집 앞 공원에 가 1시간 동안 산책을 하든, 영화를 연달아 3~4편을 보든. 핵심은 절대 누워서 스마트폰만 하거나 자지 않는다는 것이다. 침대에 일단 누워 스마트폰을 꺼내는 순간, 지옥이 시작된다. SNS 속 세상엔 즐겁고 행복한 세련된 순간 속에 머무는 사람들뿐이다. 박탈감을 느끼기 너무나 충분하기에 그 순간만큼은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려 노력한다.


그래도 나의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아무 생각이 나지 않도록 운동을 미친 듯이 하거나 피사체의 한 면을 보고 멍을 때린다. 사람들은 멍을 잘 때리지 못하겠다고 하지만 연습하면 할 수 있다. 흔히 사시가 되는 연습이라고 하는데, 시선을 나의 코로 집중하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멍 때리는 것도 이 맥락과 비슷하다. 피사체의 한 면에 미친 듯이 집중해서 완벽한 蕪의 상태로 가버리는 것. 나는 수면 위에 가만히 떠 있는 걸 좋아한다. 그런 상태를 멍을 때리면 느낄 수 있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어디에 있든 고요히 부유할 수 있다. 이것이 나만의 명상법이다.




사실  방법을 터득하기까지 힘들었다. 어릴 적엔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 친구와  약속을 잡고 밤새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놀다 집에 들어가는  다반사였다. 버스  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서 나보다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참으로 외로워졌다.


그때 나는 외로움을 사람으로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사람들은 외로움이 밀려올 때, 내가 했던 방법으로 떨쳐내려 할 것이다. 그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외로움은 사람으로 이길 수 없다. 외로움은 나와의 대화로 환기할 수 있다.



나는 그렇다. 사람이라면 응당 자아성찰을 할 줄 알아야 하고, 자기 객관화가 되어야 타인과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행위가 곧 마음의 그릇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9년 동안 수많은 인간 군상을 보니 이런 결론을 얻게 되었다.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외로움은 이긴다거나 극복할 수 있는 종류의 감정이 아니다. 아무리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라도 그 감정은 늘 마음 한편에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약해져 있을 때, 항상 찾아오는 독감 같은 감정이 아닐까. 이 글을 보는 독자분들은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외로움을 환기하는 방법을 꼭 찾아보길 바라면서 오늘도 티베트 치유 소리 ASMR을 들으며 잘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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