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트라 Sep 08. 2022

당신은 어느 정도 찌질하다고 생각하세요?

찐따에 대하여



"당신은 본인의 약점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뉴스 기사를 보고 인류애가 바닥이 날 때, 헤어진 연인의 연락에 짜증이 솟구칠 때, 중요하지 않은 지인이 시답잖은 이유로 본인의 열등감을 내비칠 때 나는 인간의 찌질함에 대해 생각한다. 모든 인간은 찌질하다. 모두 약점이 있고, 건드리지 말아야 할 아킬레스건이 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도 찌질하고 가정사라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인간은 왜 찌질해야 하는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종의 특성 때문일까? 그 찌질함으로 타인과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좀 덜 찌질한 사람으로 남고 싶기에 찐따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찌질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속되게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하다.'라는 뜻이다. 오픈사전의 또 다른 말로는 지지리도 못난 놈, 찌질찌질하다라는 표현을 같이 가지고 있으며, '허접하다', '어설프다', '하찮다', '별 것도 아니다', '볼품없다' 등으로 쓰인다고도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찌질함도 하찮고, 볼품없다는 뜻이다. 인간의 마음엔 외로움과 고독함도 있지만, 그보다 더 추하고 찌질한 나 자신이 있다. 나로 말하자면 갈팡질팡하는 나, 어린아이인 나, 부성애를 모르는 나, 분노를 폭발시키는 내가 있다. 저 모습들이 내가 가진 찌질함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뜯어고치려고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싫어하는 내 모습이 나온다고 해도 그 모습조차 내 모습이니 받아들인다. 다만 그 모습을 지인들에게 덜 보이려고 뇌에 힘주고 노력할 뿐이다.




자, 그럼 주변을 한번 보자. 세상에는 다양한 환경에서 겪은 다양한 이유로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약점들이 있다. 자신의 나약함을 남을 까내리는 데서 만족감을 얻고 자위하는 사람들. 자신의 열등감을 명품으로 뒤덮은 사람들. 알맹이 없는 빈 껍데기를 감추려는 듯이 외모에 집착하는 사람들. 본인의 좋지 않은 경제적 상황을 숨기기 위해 외제차를 리스하는 사람들. 성적 쾌락만 추구하는 사람들 등등. 그 원인이 무엇이든 다양한 약점들이 있다. 예시로 든 저 사람들의 공통점을 말한다면 허영심이 강하고, 사치가 심하다는 거다. 게다가 약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흑백논리처럼 보이겠지만 정말 그렇다.


이번 계기로 본인의 약점을 잘 생각해 보자. 나는 과연 얼마나 내 약점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가? 잘 받아들인다 함은 쿨병에 걸린 것처럼 모른 척 넘기는 게 아닌 나의 약점을 내가 얼마나 '인지하느냐'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을 인지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사람을 "찐따"라고 부른다.




찐따들은 본인이 남들에게 얼마나 한심해 보이는지 모른다. 그저 본인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고 착각한다. 단언컨대 본인이 지금 어느 선상에 있는지 모를 것이다. 찐따들은 어떤 사건이 자신의 결함이나 결핍 때문에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상대방이 잘못했거나, 운이 안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결핍이란 무엇인가. 결핍은 있어야 할 것이 모자라거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찐따들은 자신이 무슨 결핍이 있는지 모른다. 곧 나를 모른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자신을 인정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똥고집이 심해 귀를 막고 있다. 주관이 있다는 건 충분한 고찰의 시간이 있었기에 본인만의 관점을 갖게 되는 것인데, 찐따들은 이것을 고집의 의미로 해석한다. 얼마나 멍청한가. 게다가 성격의 극과 극이 매우 심하다. 찐따들은 이런 이유들로 본인의 문제를 극도로 회피한다. 자신의 문제를 고치려 하지 않고, 마음속 깊이 묵혀둔다. 주변 사람이 본인의 문제를 지적해 준다 해도 앞에서만 듣는 시늉을 할 뿐, 그 문제를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게 속앓이를 하고 염증이 되어 본인을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더 이상 상종하고 싶지 않게 만든다.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은 나의 결핍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50%다. 이 말은 내가 그 상황에서 한 모든 행동을 먼저 분석해 보고, 남의 잘못을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찐따들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남 탓만 한다. 만약 여기서 나 같이 지적을 잘하는 사람과 갈등이 생겼다면, 못 참고 튀어 나가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하나  있다. 좋은 사람인 척만 한다. 갈등 상황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상대방은 무엇을 말해도 이해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자. 본인이 그런 선택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솔직히 말해도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찐따들은 끝끝내 숨긴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지만 이런 선택을  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자신의 평판을 지키기에 급급하고, 정작 행동은 하지 않는다. , 언행일치(言行一致) 되지 않는 위선자라는 거다.




인아일언중천금(人兒一言重千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사람이 한번 말을 뱉으면 지키려고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데, 찐따들은 회피한다. 자, 이 상황으로 몇 가지가 판가름 난다. 먼저, 본인의 약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기준이 된다. 이에 따라 자신의 문제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지가 결정되며, 그 사람의 인성이 결정된다. 내가 겪어본 사람들 중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는 사람은 그리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내가 겪은 찐따들은 그러했다.


내가 생각하는 거짓말은 말을 뱉어 놓고 실행하지 않는다거나, 자신의 평판을 위해 솔직히 말하지 않는 것이다. 찐따들이 유독 이런 행동에 특화되어 있다.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의 기저에는 그 상황을 무마하는 것에 있다. 자신이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으니까. 이렇듯이 회피하는 찐따들은 자신의 찌질함을 외면하기 위해 거짓말하는 선택을 한다.




그리하여 찐따가 되지 않기 위해 아래의 리스트를 점검해 보자.


1. 나의 약점을 알고 있는가?

2. 그 약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3.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얼만큼 노력하고 있는가?

4. 인간적으로 좋아했던 사람과 갈등으로 연락하지 않게 된 적이 있는가?

5. 거짓말로 그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하려 들지 않았는가?

6. 회피하지는 않는가? 회피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7. 회피한 이후의 상황은 어떠한가? 본인이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평판이 있지 않은가?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태어나 목표 지점으로 해야 하는 건 ‘깨어 있음’이다.


모든 종교에서 말하는 공통점이 바로 깨어 있으라고 하지 않던가. 인간은 늘 깨어 있어야 한다. 나의 찌질함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얼마나 자기 객관화가 되어 있습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