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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트라 Sep 17. 2022

나에게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요?

나와 결이 맞는 사람에 대하여


"좋은 사람이 있긴 한가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의문이 생긴 게 있다.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은 대체 무엇인가. 20대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또 한 번 인간관계를 정리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좋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모두에게 평판이 좋은 사람? 아니면 나만을 위해주는 사람? 그 기준은 뭘까? 최근에 이상한 사람들을 여럿 만나다 보니 기준이 조금씩 명확해진 게 하나 있다.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오늘은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보고자 한다.




사람들은 결이 맞는 타인을 찾아 헤맨다.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억지로 끼워 맞추듯이 공통점 하나를 찾아 결이 맞는 지점을 찾아 헤맨다. 결이 맞지 않는다고 결론이 났을 때, 그 경험을 통해 다른 기준을 내세우며 다른 사람을 찾아 헤맨다. 결이 맞는 사람을 찾는 건 이렇게나 어렵다. 결이 맞는다는 건 무슨 뜻일까. 마음의 결? 사고방식의 결? 아니면 성격이 비슷하다는 결? 결이 맞다는 건 이토록 추상적이다.


최근에 나와 성향이 정반대인 사람을 만나 봤다. 성향이 정반대여서 대화가 더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때는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대화가 잘 통한다는 건 뭘까. 서로 이야기하는 걸 단순히 잘 들어주는 걸까. 잘 들어준다는 건 또 뭘까. 상대방에게 피드백을 잘해주는 걸까. 아니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넘쳐나 어색할 틈을 주지 않는 게 대화가 잘 되는 걸까.




지금 돌아와 생각해 보니 그 사람과 대화한 모든 내용은 쌍방 독백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 사람에 대한 흥미가 금방 떨어졌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나의 시간, 에너지가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조언을 해준다고 한들, 그 사람은 듣지 않을 텐데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은 대체 무엇인지 정말 모르겠어서 5개월 만에 만난 친구에게 진지하게 물어봤다.


친구 왈, 결이 맞는다는 건 성격이 정반대이건 똑같건 중요하지 않고, 그 사람의 가치관이 나와 맞으면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다. 가치관이란 지식백과에서는 인간이 삶이나 어떤 대상에 대해서 무엇이 좋고, 옳고, 바람직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관점이라고 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을 뜻한다. 술 한잔 얼큰하게 걸치며 내 질문에 대한 친구의 답을 듣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나는 여태까지 나와 연인으로 만났던 사람들을 모두 한심해했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핵심은 나와 가치관이 맞지 않았기에,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함으로 인한 무시였다. 어떤 남자는 돈이 세상의 전부였고, 어떤 남자는 아무 죄책감 없이 쾌락만 즐긴 사실을 숨겼으며, 어떤 남자는 목표는 있으나 비전이 없었고, 어떤 남자는 허세에 찌들어 철학 책을 뒤져가며 인생을 거론했다. 내가 만났던 남자들은 나의 기준에서 한심한 인간들이었다.


나와 결이 맞다는 건 가치관이 맞다는 것. 이것이 최근의 큰 깨달음이었다. 내 가치관이란 무엇인가. 언행일치와 삶에 대한 나름이 관점이 있어야 한다는 게 내 가치관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생각보다 안 지키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또한 내가 생각하는 삶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란, 명확한 목표와 그걸 이루기 위한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계획이다. 이 계획마저 없는 사람도 많았다. 그 목표를 이루고 난 후의 마음가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더욱이 없었다.




내 경험이 적은 걸까. 모든 걸 옳고 그른 것으로 판단하려는 내 오만함일까. 아니면 그저 상대방과 가치관이 맞지 않아 부딪힌 갈등이었던 걸까. 아직 이 생각에 대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라는 사실.

오늘도 나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인생은 역시 쉬운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되새기면서, 또다시 노트북의 빈 화면을 뚫어지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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