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트라 Aug 01. 2023

사람은 이름대로 산다는 말이 맞아요.

나의 세례명에 대하여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요새 사물이나 생명체의 이름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어서 그럴까요.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   전까지 심경의 변화가 크게 와서 그럴까요. "이름대로 산다" 표현이 단순히 어른들이 운명을 탄식하는 푸념 같았는데, 이젠  말이 맞는  같아요. 제가 자만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저는 겉으로 보이는 행동과 다르게 천주교 세례명이 있습니다. 한 때 천주교 신앙을 갖기 위해 교리를 열심히 공부하고, 미사에도 열심히 참여했었죠.


아, 이것도 솔직하지 못해요. 저는 그냥 세례를 받기 위해 탕아가 돌아온 것처럼 연기를 했었죠. 세례를 받자마자 바로 냉담자가 되었고요.

냉담자가 된 이유는 앞서 말한 단순히 세례명을 갖고 싶었기 때문에 그다음 신앙생활을 이어갈 생각이 없었고, 종교활동의 친목이 싫어서였습니다. 청년부로 활동하는 게 죽어도 싫었거든요. 종교에 왜 친목이 필요한지, 조용히 혼자 묵상하고 싶은데 그마저도 방해받는 게 싫었어요. 아무튼 냉담자로 돌아선 핑계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성당에서조차 사람과 섞여 종교활동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욕심 내서 얻게 된 제 세례명은 흔치 않습니다. 자매님들이 잘 쓰지 않는 세례명이거든요.


이름은 페트라.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성인인 '베드로'의 여성형입니다. 특별히 세례명을 베드로로 선택한 이유는 제가 베드로를 정말 좋아해요. 괴담을 보면서 베드로 성인을 제 머리맡에 두고 볼 정도로 좋아합니다. 제 방 한 편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예수님과 베드로 성인의 조각상은 제 암묵적인 보디가드거든요.




게다가 제 성격은 베드로를 정말 많이 닮아있습니다. 불 같은 다혈질이지만 정은 많고, 겁은 많지만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죽음을 각오하고 용기 낼 줄 아는 아주 인간적인 성인입니다. 그의 죽음은 비극적이지만 교회의 반석을 다지는 데에 많은 영향을 준 성인이지요. 저는 성경에 쓰여진 그의 일대기를 참 좋아합니다.


물 위를 걷는 예수님을 보았을 때의 베드로의 심정을 상상할 수 있는데요. 추측이지만 그 자리에서 울면서 실수를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랬던 그가 장렬한 죽음을 맞이하면서 교회 역사의 시작이자, 기독교 역사의 귀감이 되지요. 전 용두사미가 아니라 사두용미와 같은 그의 결말을 좋아합니다. 베드로를 생각하면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이 떠올라요. 어쩌면 그의 인생을 닮아가고 싶어서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그의 솔직함과 담대함을 좋아합니다.




베드로라는 이름은 "반석"을 뜻하는데요. 넓고 평평한 돌처럼 견고함을 상징합니다. 저는 제 세례명처럼 제 마음의 반석을 다져가고 있고요. 실제로 친오빠와 외할아버지가 지어준 제 이름도 아름다움과 관련이 있습니다.


마음의 반석을 견고히 다진 결말이 아름다운 걸까요. 아름다운 결말은 반석을 다지는 것에서부터 시작인 걸까요.


어쩌면 사람은 그 이름대로 삶을 살아내는 게 아닐까, 그것도 아니면 이름이 그 사람의 운명을 담아내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이런 이유로 제가 베드로를 좋아하게 된 계기부터 세례명을 짓기까지, 제 영혼이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으로 정해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이름은요, 페트라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해는 어떤 의미냐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