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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트라 Sep 19. 2023

저는 올해 성씨가 바뀔 예정입니다.

엄마 성씨로 바꾸기 위한 여정



"나는 우가로 불리는 게 싫어.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성까지 안 불렀으면 좋겠어."



어릴 때부터 저는 성씨까지 불리는 걸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사춘기 때는 성씨까지 같이 불려졌다고 울기 십상이었으니까요. 제 친부모님은 제가 13살 때, 그러니까 17년 전에 이혼을 하셨습니다.




제 친부는 바람둥이에, 온갖 쾌락을 맛보는 일은 다해 본 위인입니다. 지금도 그렇다고 전해 들었는데, 개 버릇 남 못 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친부를 굉장히 혐오합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 없이 본인의 쾌락만을 쫓는 위인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남자에 대한 혐오도 어릴 때부터 박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안 그렇다고 하기엔 거짓말이죠. 남자는 모두 짐승 새끼만도 못한 존재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부성애를 모른 채 자랐습니다. 그나마 머리가 어느 정도 다 컸을 때, 외할아버지께 배웠고요. 어머니의 사랑도 그렇지만, 아버지의 사랑 또한 가슴 한 켠이 뭉클한 뜨거운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 '성'이라는 걸 갖고 태어납니다. 쉽게 말해 본적이라고 하지요. 태어날 때 나의 근본을 선택권 없이 강제로 부여받게 됩니다. 저는 이 구조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분명히 외할아버지께 부성애를 배웠고, 내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인데 왜 성씨를 선택할 수가 없는 걸까요? 참으로 이상합니다. 제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엄마에게 늘 말했던 것이 있습니다. 성을 갈아버릴 거라고. 피를 갈아버릴 거라고. 그러니까 저는 제 근본이 제 친부인 게 너무나도 싫었던 거지요. 유전자는 받았을지언정 친부는 제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성씨마저 죽을 때까지 친부를 따라가야 한다는 게 억울합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말씀대로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 위해 성씨를 개명하려고 합니다. 제 선택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고요. 어떤 책임을 지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있다고 해도 그때 가서 생각하려고 합니다.




제 한글 이름은 친오빠가 지어줬고요. 한문은 외할아버지가 지어주셨습니다. 늘 마음속에 아름다움을 간직하라고 지어주신 이름이지요. 저는 제 이름이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제 성씨는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외할아버지의 본적인 이천 서 씨로 바꿔달라고 법원에 가려고 합니다.


비용이 다소 들긴 하지만, 이 정도는 근본을 바꾸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라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꼭 만 30세가 되기 전에 제 성씨를 갈아버리고 싶습니다. 저는 우가의 차녀가 아닙니다. 서가의 장녀입니다.


그래서 저의 본적은 "이천 서 씨"이고요.

"서가의 장녀 서 00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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