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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트라 Oct 22. 2023

공황장애가 다시 온 것 같습니다.

후유증에 대하여


"숨을 쉬기 어려워요."



며칠 전 있었던 사건 이후로 공황장애가 다시 온 것 같습니다. 원래 저는 공황장애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대학교 2학년 시절, 아울렛 알바를 1년 넘게 했었는데요. 그때 당시 집에서도 잘 쉬지를 못해 알바를 나갈 때마다 바퀴벌레처럼 인파가 촘촘히 들이닥치는 것을 보고 공황장애를 심하게 앓았습니다. 숨이 쉬어지질 않아 응급실을 갈 뻔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요. 다시 온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제 공황장애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대학교 2학년 시절 저는 스트레스가 최고조였습니다. 집에서는 항상 큰 소리가 끊어지질 않았고, 10시간 이상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면 제대로 쉬지를 못했습니다. 그 당시 저희 어머니 또한 많이 힘들어했던 시절이라, 지금에서야 다시 가볍게 대화를 해도 어머니 스스로도 왜 그랬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당시 저는 집에서 큰 소리가 나거나,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그때부터 공황장애가 시작됐던 것 같습니다.


왜인지는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불안했고, 늘 죽을 것만 같은 이상한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한가롭던 매장이 수많은 인파로 몰리는 것을 보고 과호흡이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버틸만 했습니다. 그저 제가 요새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 거라고 가벼이 여겼는데요. 문제는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나서 시작됐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마감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그 당시 남자친구가 데리러 왔었습니다. 갑자기 심장 박동수가 엄청 빠르게 올라가면서 숨을 제대로 쉬질 못하겠더군요. 숨을 쉬려고 할 때마다 심하게 울면 넘어갈 듯이 헐떡이는 과정이 반복됐습니다.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습니다. 숨을 쉬고 싶은데 안 쉬어지는 과정이 반복됐습니다.




몇 달은 공황장애를 심하게 겪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그날은 그때 당시 어머니와 사실 혼 관계를 맺던 늙은 남자가 싸우던 날이었습니다.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물건을 던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숨을 쉬기 어려웠고, 눈물이 나면서 발작처럼 사지가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물을 마셔도 진정이 되질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너무 놀라서 왜 그러냐며 소리를 질렀지만, 그럴수록 제 증상은 심해졌고, 급기야 발작 증세가 심해져 응급실을 가야 된다고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저는 제 앞에서 난리를 치는 사람들의 얼굴이 싫어졌습니다. 그냥 저 혼자 쉬게 해 주면 나을 것 같았고, 나가라고 소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얼굴 보이지 말라고 나가라고 한 뒤에 물을 한 컵 마시고,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갔습니다. 그때 이후로 더 이상 공황장애는 심해지지 않고, 잠잠해져 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안 좋은 사건을 겪은 뒤로, 다시 공황장애가 찾아왔습니다. 어제는 대낮인데도 병원 가는 길에도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과호흡이 시작되어 급기야 길에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그래도 진정이 되지를 않아, 가까운 거리임에도 택시를 타고 집에 갔습니다. 집에 거의 다 오갈 때쯤에서야 심장 박동수가 안정적으로 변하더군요.


어머니나 다른 사람과 함께 길을 거닐 때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날 쫓겼던 집 근처를 지나가거나, 어두웠던 그 가로등 밑을 지나가면 과호흡이 시작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한바탕 난리가 납니다. 덕분에 술집에서 한번 과호흡이 시작되어, 술집 안에서 술을 마시던 어떤 남성 분이 본인도 공황장애를 겪었다고, 집에 돌아가는 게 좋겠다는 말도 들었고요. 집에 돌아가려고 택시를 잡는 길에서도 과호흡이 심해져 있었는데, 어린 여자애와 시비가 붙고 맞은 티가 나지 않게 흠씬 패주고, 경찰이 오고 나서부터 과호흡이 더 심해졌습니다.




오죽하면 경찰이 저를 집에 데려다주고, 어머니한테 제가 무슨 질병이 있냐고 물어봤다고 하더군요. 저희 어머니는 그냥 며칠 전에 안 좋은 일을 겪어서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하셨다네요. 사실 저는 공황장애가 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도 겪었고요. 올해 초에 일이 너무 힘들어서 공황장애를 겪었습니다. 그런데 요새 점점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한 번도 정신병원을 가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더 심해지면 병원에 정말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과호흡이 한 번 시작되면 몇 시간 동안 진정이 되질 않습니다. 신경안정제 같은 걸 먹겠지요. 약 먹는 게 싫어서 킥복싱을 배우러 가려고 합니다. 주짓수도 배울 거고요. 두 개의 종목을 다 알려주는 체육관에 가려고 합니다. 웃긴 말이지만 제가 사람을 티 안 나게 패는 걸 잘하거든요. 힘은 웬만한 여자 치고는 아주 좋은 편입니다. 선수 급은 아니지만 근육량도 이미 평균 여자의 근육량보다 훨씬 많고요. 제 사촌동생보다 팔 근육이 좋더군요. 이미 자질이 충분히 넘치는데, 더 이상 칼 든 남자나 검은 옷으로 도배한 남자를 보고 놀라고 싶지 않습니다. 제 몸은 제가 알아서 방어해야겠습니다.



운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황장애도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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