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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트라 Dec 24. 2023

당신은 얼마나 책임질 줄 아십니까?

책임감과 맞서는 힘에 대하여


"책임을 나눌 줄 알아야 해."



전 직장 상사이자, 이제는 친한 언니가 된 팀장님으로부터 늘 듣던 말입니다. 일을 하면서 저는 책임감을 너무 과중하게 느껴, 혼자 위축됐던 적이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제 직속 상사도, 후임도 아무도 책임을 가지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 때문인지 제가 총괄하는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팀장님은 저에게 자주 책임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고, 업무를 분배하는 이유가 그 이유라고 늘 말씀하셨죠. 오늘은 책임감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책임은 무엇일까요. 사전적으로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나 부담. 또는 그 결과로 받는 제재'라고 합니다. 제게 더 와닿는 의미는 지식백과의 정의입니다. '사람이 스스로의 행위에 관하여 자타의 평가를 받고, 이것에 의거하여 자책이든 남으로부터의 비난이든, 여러 가지 형태의 도덕상의 제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말한다.' 그렇습니다. 책임감은 비난받을 용기가 필요하고, 그 결과에 대해 변명하지 않고 받아들임을 뜻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책임감을 눈으로 보면서 자라왔습니다. 엄마의 영향이 크지요. 엄마는 3남매의 장녀였으며, 결혼해서도 외가의 생계를 책임졌습니다. 그와 더불어 당신의 가정도 책임졌고요. 두 가지 책임을 도맡았습니다. 그녀에겐 어쩔 수 없는 환경이었기에, 직접 광장 시장 근처에 공장을 열어 돈을 벌기 시작했지요. 그녀는 그렇게 공장주가 되었습니다. 당신에게는 책임감이 너무 막중했겠지요.




저는 그런 엄마를 보면서 자랐습니다. 책임감이란 무거운 것이라는 걸 배웠고요. 그 책임에 최선을 다했을 때, 비로소 떳떳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책임감이란 그런 것입니다. 저는 외가의 책임감, 그리고 엄마의 책임감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고 자라왔기에, 지지 않아도 될 책임까지 진 적이 많습니다. 오히려 일할 때마저도 누구의 잘못을 덮어주려고 책임을 졌다가 호되게 혼난 적이 많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후임의 잘못을 들춰봤자, 제가  가르친 잘못이기에 덮어 써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직속 상사의 책임까지 제가 맡게 되는 순간은 정말 세상이 엿같더군요. 제가 하지 않은 잘못에 대해 대신 똥물을 뒤집어써야  , 저는 험한 세상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그걸 알아주는 선배들이 있더군요. 먼저 앞장서서, 상황 파악을 하고 잘잘못을 정정해 주는 선배야말로 참된 선배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성격이 불안증이 심해서 제가 작업한 일들과 남들에게 맡긴 일들을 믿지 않습니다. 늘 3~4번 검토하는 과정이 있지요. 그래서 시간이 다소 걸리는 편입니다. 어느 날, 존경하는 선배가 제게 "후임에게 업무를 맡길 줄 알아야 해. 내가 00주임에게 믿고 맡기는 것처럼."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다소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후임이 작업한 일들을 믿지 않는 것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을 믿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더군요.


그다음부터 후임을 믿는 연습을 했던 것 같습니다. 조금 모자라도 아직 덜 배웠겠거니 하고, 늘 같은 말을 반복했지요. 가끔 가다 화가 나면 같은 말을 몇 번하게 만드냐고 나무라기도 했고요. 혹독하게 일을 알려줬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존경하는 선배가 퇴사하고 난 뒤, 지금 저와 친한 언니 동생하는 팀장님과 같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상하게 올해 초에는 제 정신적인 체력도 다 했는지 무기력증이 심했습니다. 실수도 많이 했고요. 그래서 책임을 질 줄 몰랐던 직속 상사마저도 저의 실수를 덮어주려 갖은 애를 써줬습니다. 하루는 그 팀장님이 제게 "00야, 네가 다 책임을 질 필요는 없어. 네가 못할 때도 있고, 잘할 때도 있는 거야. 하지만 너는 편차가 너무 커서 그 중간을 찾아야 해. 네가 힘들 때 부탁도 하고, 같이 서포트해주는 게 팀원 아니겠니?"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참 고마웠습니다.


다만,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귀에 들렸지만, 들리지 않은 척을 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선배 덕분에 제가 힘들 때 엄청 어렵고 힘들어하던 프로젝트에서 빼주시기도 하고요. 제 주력 캠페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힘을 빼는 연습도 시켜주셨습니다. 어느 날은 팀장님이 제가 가장 빛날 때가 애정하는 캠페인을 할 때라고 하시더군요.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추진력 있게 진행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제가 리더인 프로젝트에서 마땅히 책임을 질 줄 압니다. 책임을 너무 져서 문제라고 전 회사 임원분들은 말씀하시더군요. 너무 과도하게 책임져서 스스로 무너진다고요. 저는 책임을 나눌 수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그나마 몸으로 부딪히고 깨지고, 투쟁하면서 책임을 나누는 방법에 대해 이제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진짜 책임을 지는 자리에 올라갈수록 더 하겠지요.


그래서 연습 중입니다. 제가 배분해 준 업무들을 후배가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믿고 결과물을 기다리는 연습이요. 생각해 보니 제가 존경하는 선배도 그렇고, 바로 전 팀장님도 그렇고 모두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를 믿고 제게 맡긴 업무의 결과물을 기다리셨더라고요. 사람을 믿어야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책임은 나눠야 합니다. 공통의 목표를 향해 가는 배 안에서, 사공은 한 명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공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다른 분들을 믿어야 하고요. 그리고 그 사공은 마땅히 책임질 줄 알아야 합니다. 방향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사공뿐이니까요. 그 방향이 잘못됐다고 한들, 팀원을 나무라면 안 됩니다. 본인이 방향을 잘못 본 것이니까요.


책임은 그런 것입니다. 결과를 받아들임을 뜻하기에, 엄청난 힘이 필요합니다. 방향을 보고, 판단하고, 거기에 맞서는 팀원들을 생각해 전략과 비전을 보여줘야 하지요. 책임은 맞서는 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 높은 파도를 보고 때로는 방향을 틀기도 하고, 뒤로 후퇴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퇴사하고 나니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중간 직급에 대해, 더 나아가 책임을 져야 하는 직급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리더란 명확한 방향이 무엇인지, 어떻게 리드해야 하는지 항상 고민해야 하고요. 때론 방향이 명확하지 않아도 비전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합니다. 팀원 모두를 100% 설득시킬 순 없겠지만, 80%는 설득시켜야 하는 막중한 자리이지요.


큰 배를 이끄는 선장과 회사의 C-레벨 임원들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임원들은 본인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아주 명확히 알고 있지요. 더불어 회사에서 해고가 되어도 토 달지 않습니다. 마땅히 받아들이지요.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은 떳떳하게 일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그런 리더가 되고자 합니다.



저는 선원들을 믿는 선장이 될 겁니다.

저 높은 파도를 같이 넘을 수 있다고 비전을 제시할 겁니다.

선장은 그래야 하는 거라고 선배들에게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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