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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트라 Dec 16. 2023

당신은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직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하여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일단 대학은 나왔는데,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이제 갓 대학을 입학했거나, 휴학했거나, 졸업한 20대 초반 친구들이 흔히 말하는 문장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직업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직업이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오늘은 사회생활을 첫 발을 내딛으려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을 분들을 위해 직업을 생각하는 실질적인 방법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직업을 고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수많은 강의나 세미나에서 강연자들이 입이 불어 터지도록 말하지 않던가. 가슴 뛰는 일을 찾으라고. 가슴 뛰는 일이 있을까? 가슴 뛰는 행위마저도 일로써 하게 되면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뒤바뀌게 된다. 나는 그 강연자들이 어둠을 헤매고 있는 취준생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다소 허황된 말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분들의 말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방법과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


좋아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앞서 말한 대로 본인이 살면서 꼭 해내고 싶은 가슴 뛰는 일을 말한다.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켜서 하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일을 못 찾았다면? 그것대로 축하할 일이다. 그런 일이 있다면? 그것 또한 축하할 일이다. 내가 말해주고 싶은 건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 그리고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취준생 분들에게, 그리고 곧 뛰어들 분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건 20대 때 어디 가서 많이 깨져보라는 거다. 왜냐하면 그것만큼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는 시간이 없거든. 뒤지게 깨져봐야 한다. 세상에 본인보다 훌륭하고 똑똑한 사람들은 넘치고, 인격과 품격이 흐르는 사람 또한 많다는 걸 몸으로 느껴야 한다. 그렇게 깨지고 일어나고, 도르마무처럼 반복해도 아무 상관없는 축복받은 나이대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당장 29살만 돼도 잃을 게 두려워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정확히 28살 때까지 깨져보길 바란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이 가진 게 많다고 생각한다. 과연 가진 게 많을까? 돈? 재산? 자동차? 주식? 부동산? 뭐 목돈이 들어가는 재산이 아니라면 당장 거리로 뛰어나가 아르바이트라도 하길 바란다. 세상은 돈을 힘들게 벌게 한다. 당신을 피와 땀을 흘리게 하면서 부려먹을 것이다. 그것이 사회생활이니까. 때로는 서러움과 울분이 터져서 상사 앞에서 핏줄이 터져가며 울음을 참을 때도 올 것이다.




그런 사회생활이라면 그만두면 된다고? 천만의 말씀. 사회생활을 할 줄 알아야 사람 대우를 받는다. 사회생활을 못한다면 본인 사업도 못할 것이다. 기본 베이스가 없는데 어떻게 창업을 하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꿈을 짓밟는 게 아니다. 다만, 기본기를 탄탄하게 세워놔야 그 위에 골조를 세워도 버틸 수 있다는 거다. 세상은 그렇게 살아야 한다. 바닥이 튼튼하질 않은데 그 위에 무엇을 세운다고 한들, 금방 무너져 내리는 건 시간문제이니까.


그리하여, 그놈의 실질적인 직업을 생각하는 방법은 무엇이냐? 어느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인턴생활을 하면서 현타가 올 때 스마트폰이 아니라 종이에 펜이나 연필을 꺼내 들고 [좋아하는 일 / 싫어하는 일 / 잘하는 일 / 못하는 일] 이렇게 4개의 카테고리로 각각 15개씩만 손으로 직접 써라. 정말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시답잖은 것도 써도 괜찮다. 가령, 시금치 개 싫음, 가지도 맛없음, 오이 식감 오바이트 나올 것 같음 등등 이런 것들이나, 롤 천상계 티어임, 플스 게임 하드콘텐츠 다 깨봤음 등등 이런 식으로 써도 괜찮다.




다만, 그중에 직업과 관련된 속성 몇 가지만 넣으면 된다. 예를 들면, 엑셀 x나 잘함, 나는 대학생 때 기획서 써내는 거 좋아했음, 발표하는 거 좋아함 등등 이런 것들을 꼭 손으로 써보길 바란다. 손으로 쓰면 생각하면서 쓰기 때문에 나중에 자소서나 이력서를 쓸 때도 도움이 될 것이고, 인생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기획이 잘하는 일이었다. 무슨 기획이었냐 하면 문화 칼럼 기획을 잘했다. 그리고 글을 잘 썼다. 좋아하는 일은 영화 감상과 지역문화를 부흥시키는 것이었는데, 예전 대학생 시절, 선배들이 고전문학으로 무용수들을 섭외해 분당 문화회당(?)에서 공연을 기획하고 홍보한 걸 본 적이 있다. 전혀 관심이 없을 것 같던 사람들이 다 몰려서 들어오더라.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때 나는 지역문화기획자가 꿈이 됐다.




지금은 잘하는 일을 택해서 광고 업계에서 종사하지만, 퇴직할 때쯤에 문화 공공기관에 입사할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아르코 같은 곳에서 내 이름을 본다면 꼭 아는 척해주시길 바란다. 내가 발령받은 지역에 토속신앙과 문화, 그리고 각종 역사들을 공부해서 그 지역의 아티스트들의 꿈을 가시화시켜 주는 것이 내 꿈이다.


나의 사례처럼 종이에 써 내려간 수많은 키워드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또 깨달은 것이 나는 꽤 돈을 좋아하는 거다. 그렇게 좋아하는 꿈이었다면 적은 보수였어도 하는 게 맞지만, 난 아직 돈에 목말라 있다. 해야 할 일도 있고, 돈이 들어갈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기에 대기업 마케팅 부장에서 임원까지 갈 예정이다.




내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 나는 나의 길을 갈 것이다. 여러분들도 꼭 여러분만의 길을 찾기를 바란다. 20대 때는 나침반만 들여다보지 말고, 직접 부딪혀 가며, 길을 만들어내는 것이 할 일이다. 그러니 아파도 그냥 걸어라.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이딴 개소리는 믿지 말고, 그냥 발바닥에 티눈이 나도 걸어라. 그게 20대가 할 일이다.



청춘도 아프다. 걷다가 아프면 조금 쉬었다가 가고, 하룻밤 자고 가기도 하고, 물도 마시기도 하는 것처럼 달리지 말고 걸어라.


그대들은 아직 걸어도 될 나이다. 당신들만의 길을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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