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마케터들을 위하여
타겟층. 브랜드나 기업의 상품, 서비스를 주로 사용하는 연령대와 성별을 나타내는 뜻입니다. 표준 외국어 표기법은 아니지만, 마케팅 업계, 광고 업계에서는 Target을 타겟이라 부릅니다. Target을 직역하면 '사냥감', '표적'을 뜻하는데요. 다소 거친 표현 같지만, 주요 대상을 겨냥해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기 때문에 이 같은 표현이 생긴 듯합니다. 오늘은 제 직업이기도 한 마케터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마케팅을 다루고 있는 직군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브랜드 마케터,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마케터, AE(Account Executive) 등등이 있지요. 여기서 우선순위는 없습니다. 모두가 같은 고민으로 시작해, 업무가 세분화된 것일 뿐, 누가 더 훌륭한 직업군이라는 등급은 없습니다.
마케팅은 모든 기업의 꽃입니다. 단언컨대, 전 세계적으로 출시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마케팅 전략 없이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합니다. 간혹 마케터라는 직업을, 아이디어만 구상하고, 기획만 전담하는 엄청 편해 보이고(?), 멋있어 보이는 직업군으로 오해하시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최전방에서 고객의 심리를 분석해 전략을 짜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마케터들을 '최전방 정예병'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아직도 광고 뽕에 취해 있는 사람들은 흔히 AE(Account Executive)가 꽃이라고 합니다. 그건 옛날 말이지요. 요즘 세상에서는 이 직군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브랜드 마케터보다는 조금 더 전략적일 수는 있지요. 왜냐하면, 포지션 자체가 마케팅 대행직이기에 고객사로부터 돈을 받고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모든 마케터 직군에서 가장 치열하게 일합니다. 전쟁으로 비유하자면, '지고 있는 순간에 탱크를 몰아 박격포를 날리는 탱크 부대' 직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5년 3개월 동안 '탱크로 박격포를 날리는 중사'로 일했습니다. 중사라는 직급은 중간 직급이지요. 저도 중간 직급인 대리까지 달았기에, 중사라고 표현해 봤습니다.
그렇다면 브랜드 마케터는 어떤 직군일까요? 흔히 Brand Manager라고 합니다. 자신의 브랜드를 심도 있게 파고들면서, 매출 증진을 위해 프로모션과 캠페인을 기획하는 직군입니다. 이 직군을 전쟁으로 비유한다면, '한 부대의 장교'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 브랜드를 대표해서 대행사 관리도 해야 하고,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지휘관으로서 역할이 크지요. 전쟁의 방향성과 전략을 잡을 줄 알아야 합니다.
왜 마케팅을 자꾸 전쟁으로 비유하냐고요? 마케팅은 전쟁입니다. 수많은 경쟁사를 제치고,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당겨야 하기 때문이죠. 이보다 더 치열한 직군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마케터들은 머리가 한 움큼 빠질 만큼 고민합니다. 세상 모든 마케터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마케팅은 단순한 직군이 아닙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기도 점검해야 하고요. 전력 상태도 점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주적의 약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지원병(소비자)이 누군지도 파악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하나의 전략을 뽑아내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와 자료를 수집합니다. 그리고 그 자료를 토대로 '통찰력(Insight)'이라는 근육에 힘을 실어, 정수를 뽑아낼 줄 알아야 합니다. 전쟁으로 비유하자면, 병법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흔히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은 입대하기 전의 일반인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지요. 마케팅도 마찬가지입니다. PTSD의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매력적인 직군이라는 의미입니다. 세상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분석하고, 소비 심리를 자극한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작업입니다. 마케팅을 간혹 영업과 혼동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영업과는 매우 다릅니다. 영업은 1:1 대면으로 한 사람의 소비 심리를 파악하는 직무라면, 마케팅은 주요 소비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모수 자체가 다릅니다.
그래서 마케터라는 직군은 숫자도 잘 봐야 하고요. 문해력과 쓰기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좀 더 날이 서 있고, 성공률이 높아지는 전략을 뽑아낼 줄 알아야 합니다. 마케팅을 아무나 할 수 있다고 무시하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머리 회전력이 좋아야 하고, 순발력과 문제 해결력, 수리 감각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합니다. 절대로 카피라이팅을 잘한다고 해서, 마케팅을 잘할 수 없음을 단언합니다. 카피라이팅은 디폴트 값입니다. 그러니까 글을 잘 쓰는 건 기본 전제라는 뜻이지요.
모든 마케터들은 자신이 기획한 캠페인이나 이벤트 혹은 프로모션이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의 그 성취감에 중독된 듯해요. 그것만큼 짜릿한 일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마케터들은 어느 정도의 사명감이 있지요.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 혹은 내 캠페인에 대한 애착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신의 머리와 손에서 태어난 그 모든 기획들을 자식처럼 대합니다.
그래서 마케터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합니다. 트렌드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고,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 파악은 항상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전쟁에 대비할 수 있으니까요. 이래서 전략가라는 별명이 붙는 것 같습니다. 스나이퍼처럼 하나의 총알로, 명중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 내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저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AE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데이터 중심으로 커리어 확장을 위해 SQL과 Python을 배우고 있습니다. AI 머신러닝도 어느 정도 다룰 예정이고요. 요새 핫한 시각화 툴인 Tableau도 배울 예정입니다. 배울 게 천지입니다. 그래서 마케터들이 배우는 걸 좋아하나 보네요.
모든 업계가 그렇겠지만, 마케팅은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업계인지라, 2~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툴이나 마케팅 방식이 나타납니다. 저도 구독하는 뉴스레터만 해도 50개인데요. 저를 비롯해 모든 마케터들이 저보다 더 하면 더했지, 못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뉴스레터를 엄청 구독하고, 읽고,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써먹습니다.
이보다 더 매력적인 직업이 있을까요? 제가 대기업 임원이 된다고 해도, 마케터 출신으로서 경영과 인사관리를 배운다면 개성 있는 관점을 가진 임원이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이 풍부한 경험으로 지역문화기획자로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일 하면서 배운다는 것은 참 축복된 일이지요. 저는 제 직업을 사랑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혀주는 이 직무를 사랑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마케터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