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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트라 Nov 13. 2023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나라는 사람에 대하여


"나는 전생에 혹등고래였을 거야."



우연히 SNS에서 혹등고래가 수면 위로 날아오르는 짧은 영상을 보고 내 고향이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전생에 혹등고래였을 거라고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항상 남을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를 쉽게 내리면서 정작 제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있더군요. 제 출신이 어떻고, 어느 집안에서 태어났고, 무슨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제 스스로 어떻게 정의를 내리는지 궁금하네요. 오늘은 저라는 사람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혹등고래는 흔히 '바다의 수호자'라고 불리지요. 실제로 매우 온순하고 친절하다고 합니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가 인간을 만나면, 몸을 뒤집어 지느러미를 흔들어 "나는 괜찮지만, 넌 여기 밑으로 내려가면 위험해."라는 신호를 준다고 하네요. 혹등고래의 미담은 수없이 많습니다. 범고래에게 쫓기는 물개나 바다사자를 자신의 배 위로 들어 올려 지켜준다던가, 돌고래와 바닷속에서 같이 장난을 친다던가 여러 가지 사례들이 있습니다. 온순하지만 누군가를 잘 지켜주는 탱크 같은 몸집과 마음씨는 저와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또한, 암컷 혹등고래는 철마다 새끼와 함께 따뜻한 바다로 여행을 가는데요. 모험 중에 항상 적은 나타나기 마련이지요. 새끼를 노리는 범고래 무리가 나타나면, 어떻게든 지키려는 어미 혹등고래의 몸부림이 처절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미 혹등고래가 새끼를 잃을 경우에는 몇 날 며칠이고 바닷속에서 통곡을 한다고 합니다. 이 또한 울타리 안의 사람이 저에게 상처를 줄 때면 아파하는 습성이 저와 비슷합니다.




저는 아마 전생에 혹등고래였을 겁니다. 저는 햇살이 비치는 수면 바로 아래의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이렇게 깊고 넓은 바다를 오랫동안 잠수하면서 유영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어릴 때부터 늘 생각해 왔거든요. 실제로 제 사주 오행의 주된 속성은 '물(水)'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저는 실제로 깊은 물에서 돌고래 한 마리로 변신하고요. 특기 수영은 잠영입니다. 깊은 바닥으로 내려가 천천히 물을 느끼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렇다고 장수 거북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장수 거북이는 태어날 때 너무 작거든요. (저는 태어날 때 우량아로 태어났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전생에 세상에서 제일 크고 용감한 혹등고래였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혹등고래가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당연히 적응이 안 되겠지요. 믿기지 않겠지만, 저는 4살 무렵에 제 신체가 적응되질 않아 왜 이 몸으로 태어났는지 의아해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분명히 다른 생물체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예감이 들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생의 기억이 그때까지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튼 저는 크면서 큰 바다를 유랑하던 고래라는 정체성을 잊어버리고 제 스스로 큰 대형견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성격 자체는 너무나 골든 리트리버인데, 사람들에게 상처를 너무 많이 받고 나니 '치타'나 '재규어'같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분노라는 에너지를 이용해 맹수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원래 성격과 정반대로 하려다 보니 역시나 부작용이 있더군요. 점점  영혼이 부식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사   5 만에 동네 근처 성당에 교적 변경을 최근에 했는데요. 역시나 제가 믿는 신이 알려주시더라고요. 저는 원래 자유롭게 유영하던 '혹등고래'였던 것을요.  본성과 심성을 바로 알려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평상시에 조금 더 차분하고 균형 있는 감정으로 일상을 보내는 중입니다. 다만, 화날 때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인지라 예전 성격처럼 분노를 극대화시키는 버릇이 아직도 남아있지만, 이 감정을 건강하게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이야기로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은 원래 우리의 본성이 어떤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계속 커가면서 어릴 때 갖고 있던 본성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진 않을까요? 본성과 정반대로 살고 있기에 직장에서든, 일상에서든 우울감을 느끼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을까요?



이제, 우리는 본성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인생을 산다는 건 저 큰 산을 오르는 등산 같은 여행이니 우리의 정신 체력을 길러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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