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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트라 Dec 27. 2023

저는 사실 귀신을 느낍니다.

무당과 조상에 관하여


"네가 여기로 오는 순간 사지가 찢겨서 성불될 것이다."



실제로 제가 엄마와 저녁을 먹고 기분 좋게 담배를 피우다가 얼굴 형태만 있고, 이목구비가 없는 귀신을 보고 한 말입니다. 저는 사실 귀신을 느낍니다. 우리나라의 토속 신앙에는 무당이라는 강력한 퇴마사들이 있지요. 사실 저도 귀신을 보지는 못하지만, 음기(陰氣)와 귀기(鬼氣)를 느낍니다. 여러분들에겐 웹툰이나 드라마, 영화와 같은 미디어에서만 보던 다소 신화처럼 느껴지는 일들이 제게는 실제로 일어나기도 합니다. 오늘은 제 무당 기운과 조상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저의 친가 쪽도 중국 성씨이지만, 양반가이긴 합니다. 학문을 정진하는 학자들이 많지요. 하지만 제 세대에서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전국에서 유명한 무당이 있습니다. 만신(萬神)까지는 아니지만,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손꼽히는 무당이었다고 하지요. 무당은 대대로 모계를 이어갑니다. 대대로 이어가기도 하지만, 세대를 거슬러 후대에 나타나기도 하지요.


그래서인지 저는 어릴 때부터 감각이 남달랐습니다. 오감이라고 하지요. 나아가 어릴 때부터 저는 육감을 느껴왔습니다. 잡귀들이 많은 곳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그 자리를 피합니다. 흔히 소름이 끼친다고 하지요. 저는 귀신이 많은 장소에 가면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소름이 돋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옵니다. 그 장소는 위험한 장소라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실제로 제 소꿉친구의 집 근처에 동굴이 하나 있는데요. 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릴 적 소꿉친구와 그 동굴에 갔다가 제가 여기 위험하다고 얼른 나가자고 했다더군요. 더 어릴 적에는 제가 왜 이 모습으로 환생했는지 의아해했던 기억도 나고요. 등산이나 산책 중에 잡귀가 많은 곳에 가면, 머리를 부여잡습니다. 그런 곳은 피하는 게 좋겠지요.


귀신도 느끼지만, 사람도 잘 느낍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심연(深淵)을 들여다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가장 약한 곳부터 먼저 파악하지요. 이 때문인지 저는 세상을 바라볼 때 단점부터 파악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의 눈과 눈빛을 굉장히 중요시하게 생각합니다. 사람의 생각과 정신력, 그리고 성격이 눈빛에 담긴다고 하지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눈빛이 흐리멍덩하고, 초점이 없는 사람을 조심하세요. 그런 사람은 필시 무슨 사고를 칠 예정이거나, 이미 전과가 있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전국에서 손꼽혔던 무당이 있는 집안과 기가 센 양반가인 '이천 서 씨'의 조합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제 외가는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대대로 양반가였습니다. 그중엔 국사책에서 등장하는 재상 '서희' 할아버님도 계시고요. 의사나, 학자, 장군, 재상까지 다양하게 계십니다. 그중에 이순신 충무공의 시호를 받은 '서춘무'라는 대단한 장군님도 계십니다.


제 수호신은 제 양 옆 어깨에 딱 두 분이 계시는데요. 왼쪽에는 금관을 쓰고 금상에 앉아 계시는 제 외할아버님과 오른쪽에는 키가 어마무시하게 크고, 큰 창칼을 들고 계신 장군님이 계십니다. 보이진 않아도 느낄 수 있습니다. 항상 제 옆을 지켜주시거든요. 저는 살면서 귀신을 딱 한 번 봤는데요. 바로 올해의 일입니다.




저와 엄마는 기분 좋게 동네에서 저녁을 먹고, 저희 엄마는 술이 취한다며 먼저 집에 가셨습니다. 저는 술이 올라와 흥이 돋궈져 혼자 노래방을 가는 길이었습니다. 늘 가던 길이었고, 익숙한 길이라 술이 아무리 취해도 집에 걸어가는 길은 기가 막히게 아는데요. 그날따라 달이 유난히 밝았습니다. 이런 날을 조심하세요. 달빛이 유난히 밝은 날은 음기가 넘치는 날입니다.


아무튼 그날은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술을 마시던 날이었습니다. 어느 가을이었거든요. 날씨가 선선하니 사람들도 밖에서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있더군요. 그 사이 골목길은 재개발이 안된 옛날 어르신들이 사는 주택가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그곳에 아무 느낌이 없었지요. 하지만 그날은 달랐습니다. 제가 담배를 피우면서 그 골목길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김장을 담을 때 쓰는 큰 바구니 같은 것이 있더군요. 자세히 보니 살색이었습니다. 보통 고무로 된 김장 바구니는 빨간색이지요. 이상해서 계속 쳐다봤습니다.




물건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평상시에 안경을 쓰지 않으면 잘 보이질 않는데요. 그 잡귀는 잘 보이더군요. 흔히 계란 귀신이라고 하지요. 그 잡귀가 둥둥 떠다니는 걸 보았습니다. 계속 저를 보고 있더군요. 희한하게 그 귀신은 이목구비가 없었습니다. 달빛처럼 살색만 유유히 띨 뿐, 계속 한 자리에서 머물고 있더군요.


느낌이 왔습니다. 저것은 저 자리에 오래전부터 있었고, 터주신이 아니라 일개 잡귀일 뿐이라는 것을요. 그곳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많이 괴롭힌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저를 응시하길래 이쪽으로 와보라고 했지요. 귀신은 사람들이 많은 곳을 싫어합니다. 양기가 있거든요. 함부로 오지 못하는 그것을 보고, 저는 쌍욕을 했습니다.


"건방지게 사람이 다니는 길에 서서 지나다니는 사람을 괴롭히고 있구나. 한번 여기로 와봐.

너도 궁금해서 오고 싶지? 내 어깨 양 옆에 계시는 수호신님들이 보이냐?

너는 여기로 오는 순간, 사지가 찢겨서 염라대왕에게 바로 심판을 받을 것이다.

한 번만 더 내 눈에 띄면 널 성불시킬 것이야."




영화 대사처럼 보이는 저 말들은 실제로 제가 한 말들입니다.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바로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입에서 저런 말들이 튀어나가더군요. 그 이후로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아마도 자리를 옮긴 것 같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 예전에 엄마에게 들었던 말들을 상기해 보았습니다.


제가 아기였던 시절, 저희 엄마는 유명한 법사에게 찾아가 저한테 장구를 가르쳐도 되냐고 물어봤다고 하시더군요. 그 법사 왈, "딸내미 인생 망치고 싶으면 그렇게 해. 장구든, 판소리든, 전통 악기든 근처에도 가까이 가게 하지 마소. 그저 연필만 잡게 하소. 딸이 명석해서 공부를 잘할 것이오."라고 하셨다더군요. 저는 이 말이, 이제 소름 끼치게 느껴집니다. 저는 겨울에 태어났습니다. 낮에 태어났지만, 사주 상으로 '추운 눈'이라고 합니다. 속성은 물이고요. 그 때문인지 음기가 넘친다고 하더군요.




추측으로는 저희 엄마가 겁을 먹을까  좋게 돌려서 말했지만,  법사님은 알고 계셨던  같습니다. 제가 연필을 잡지 않으면 무당이  팔자라는 것을요. 앞서 말했듯이 무당은 모계를 이어 갑니다.  세대가 건너 건너 제게로  것일 수도 있지요. 특히 판소리도 가르치지 말라는 말이 소름 끼칩니다. 저는 실제로 노래를  부르거든요.


흔히 무당 연기를 하던 배우들은 실제로 신내림을 받기도 합니다. 가수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어떤 신비한 힘을 가진 신이라는 존재는 노래와 춤을 좋아합니다. 우리나라의 구전 신화에 나오는 도깨비도 사람과 씨름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술과 춤을 좋아한다고 하지요. 같은 원리입니다. 새벽에 노래를 부르면 뱀이 나온다는 속설도 이와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염라대왕과 부처님을 지키는 장군신들이 있다고 하지요. 실제로 존재합니다. 저는 육감으로 느껴지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잡귀나 신적인 존재가 무서운 존재는 아닙니다. 이런 일개 잡귀들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이지요. 사람의 마음은 심연과 같아서 밝은 곳과 어두운 곳, 이렇게 양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두운 곳은 한없이 어둡지요.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도 항상 깨어 있으세요.



모든 종교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깨어 있음"입니다.

이 말은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을 깨끗이 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깨어 있으세요.

깨어 있다면 여러분의 눈빛에 맑은 물이 비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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