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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트라 Sep 03. 2024

정신과를 다닌 지 9개월 됐습니다.

공황장애에 관하여


"오랜만에 악몽을 꿨어."



오전 7시에 잠이 깬 저는 숨이 넘어갈 듯이 뱉은 후 진정이 됐습니다. 약을 먹기 시작하고 6개월 만에 악몽을 꿨지요. 그 꿈에서는 제가 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는 모든 공포를 총집합한 꿈이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숨을 몰아쉬게 하네요. 오늘은 공황장애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오랜만에 제가 제일 싫어하는 몇몇 사람들과 광장 공포증을 겸비한 악몽을 꾼 적이 있습니다. 이사 오고 난 이후, 정말 오랜만에 찾아왔던 그 악몽은 제게 최고의 압박감을 줬는데요. 숨을 굉장히 가파르게 몰아쉬면서 깬 기억이 나네요. 과거에 제가 공황장애를 심하게 겪었던 기억들 중에 Top of Top만 꼽아 등장했는데요. 식은땀을 흘리면서 일어난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저는 약간의 우울증과 심한 공황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우울증은 운동이나 규칙적인 생활로 어느 정도 잡혔지만, 공황장애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이미 정신과를 9개월 동안 다니고 있으니 말이죠. 공황장애는 이렇듯이 제가 평생 관리해야 할 고혈압 같은 존재입니다.




공황장애는 앞서 말했듯이 오랜 악몽 같습니다. 정확히 공황장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신다면, 갑작스레 찾아오는 발작 질환입니다. 의학 사전으로는 이렇게 정의가 되어 있네요. '뚜렷한 근거나 이유 없이 갑자기 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공황 발작이 되풀이해서 일어나는 병. 공황 발작이 일어나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는 등의 증상을 보이며 곧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를테면, 출근 시간대 지하철에서 끼여 탄다던지, 백화점 안에 팝업스토어가 열려 셀 수 없는 사람들이 보일 때 저는 극심한 공포를 느낍니다.


때때로 찾아오는 공황장애는 어떤 순간에 찾아오는지 가늠할 수 없지만, 제 경우는 명확합니다. '광장 공포증'이라고 하죠. 저는 실내 혹은 뚜껑이 덮인 공간에 사람이 밀집되어 있으면 압사될 것 같은 공포를 느낍니다. 그러니까 제가 도망칠 곳이 없으면 순간 이성을 잃고 숨을 내뱉기 시작합니다. 그 공포감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머리가 찢어질 듯이 아프고, 저 사람들에게 제 자신이 깔려 죽을 것 같은 극도의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런 이유로 가족과 백화점을 갈 때마다 신경이 매우 예민해지지요.




작년에는 특히 더 심했는데요. 새벽에 위험한 스토킹을 당한 후, 검은 옷을 입은 사람, 전봇대만 보면 과호흡을 겪기도 했습니다. 전에 살던 동네에서 소방대원이 저를 알아볼 정도였으니까요. 얼마나 심각했는지는 짐작이 되실 겁니다. 이제 격투기 종목을 배워서 괜찮아졌지만, 문제는 광장 공포증입니다. 친구들과 사람이 많은 곳에서 볼 수가 없으니까요. 본다고 해도 소수의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합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저의 공황장애의 주된 원인은 '청력'인 것 같아요. 제가 남들보다 청력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 수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속도와 의미 없는 말들이 제 머리에서 쉴 새 없이 울릴 때, 심한 두통과 공포를 느낍니다. 이런 점을 생각했을 때, 공공장소에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착용하면 괜찮다는 것이지요. 그나마 장족의 발전입니다.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기술이 나오지 않았다면 전 아직도 과호흡을 겪고 있을 겁니다.




제가 공황장애를 겪어오면서 느꼈던 점은 술을 마시면 발작이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사실 트리거가 문제가 아니라, 공황장애를 완화시켜주는 약과 술이 상충된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저는 이 사실을 경찰과 구급대원들과 친해지며 알게 됐네요.


저같은 애주가에게 공황장애 약을 먹는 동안 술을 마실  없다는  정말 청천벽력입니다. 제가 그동안 열심히 트리거를 찾아 다녔는데, 이마저도 무용지물이 되어 조금 허탈하네요.




사실 공황장애는 완치가 될 수 없는 병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의사 선생님들이 말하는 '공황장애의 완치'는 과호흡이 오기 전에 나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하네요. 그런 의미라면 아직 저는 조금 멀게만 느껴지네요. 지난번, 엄마와 지하철로 외출했을 때, 제 안구가 뚫릴 것 같은 두통과 함께 발작이 찾아왔습니다. 그 이후로 비상약을 항상 챙겨 다니지요.


제가 이렇게까지 공황장애를 장황하고 상세히 쓴 이유는 명확합니다. 여러분도 얼마든지 이런 질환에 감기처럼 걸릴 수 있다는 것이죠. 극단적으로 감기보다 더 흔한 잔기침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누구에게나 불안장애나, ADHD나, 공황장애는 흔히 겪을 수 있는 질환들입니다. 우울증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반면, 이런 장애들은 잘 알려지지 않아, 저와 같은 사람들이 특이하게 보이는 것이 불편한 것이 현실이죠.




혹시라도 길을 가다가, 혹은 지하철에서 과호흡을 하고, 눈에 공포와 패닉이 가득한 사람을 본다면, 이렇게 대처해 주세요. "여기는 어디로 가는 길이고, 저 사람들은 당신을 헤칠 수 없어요. 숨을 세 번 들이쉬고, 한 번에 깊게 내뱉으세요. 그럼 괜찮아질 거예요."


네, 사실 이 질환은 누군가 옆에서 공포감을 줄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저같이 웬만한 심한 사람들은 비상약을 가지고 다니니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울증보다 더 흔한 알레르기 같은 질환이라 완치될 수는 없지만 괜찮습니다.



오늘도 저는 넓은 초원을 생각하면서

일상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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