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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었습니다.

에피소드 1. 야심차게 개업했습니다. 많이들 구경해주세요.

by 더곰

"여 뭐하는 곳이여?"


문이 벌컥 열렸다.

언제든 문밖으로 나가겠다는 심산으로 몸 전체를 공간 안에 들이지 않고, 목소리만 공간 안으로 밀어넣는다.


"아! 책방이에요."


단 한 명의 고객도 소중히! 문 밖에서 고개만 내민 채 말하는 할머니를 향해 성심성의껏 대답을 한다. 할머니는 책방 안을 둘러보고는 그제야 안으로 들어온다.


"엥? 책방? 책방인디 무신 책이 요로코롬 없는가?"

"아! 저희 책방 컨셉이예요~ 일주일에 단 한 권의 책 만 판매 할 거거든요."

"잉? 뭐? 컨셉? 아따 책방 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모르는 말만 내뱉네."


할머니는 이해하기 귀찮다는 듯이 심드렁하게 그저 단 한권의 책만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이고... 돈이 많이 없어서 책을 많이 준비 못했는갑네. 그래도 요로코롬 잘 꾸미기는 했구만. 워째? 책 한 권 사줘 봐?"

"아이쿠! 진짜요? 이 책 필요하세요?"

"나야 뭐~ 책을 앍간디. 걍 젊은 것이 애쓰는 게 예뻐서 사주겠다는 거지."

"괜찮습니다. 그럼 책 대신 커피 한 잔 사주세요."

"그랴~ 커피 한 잔 내 와봐. 돈은 줄라니까."


할머니 입맛에 딱 맞는 달달한 다방 커피 한 잔을 내왔다. 할머니는 자리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홀짝였다.


"아따. 요 맛이 일품이네! 얼매여? 한 사천원 하지?"


할머니는 지갑 속에서 현금을 꺼냈다.


"내가 원래 카드만 써~ 근디 첫 손님은 현금을 줘야 대박난댜! 그래서 내가 현금으로 주는 겨~!"

"감사합니다. 근데 사천원 아니고 천원이요."

"엥?? 뭐여? 시방 나 무시하는 겨?"

"아니에요. 이거 믹스 커피로 탔어요~! 저기 가격표 보이시죠? 믹스 커피는 천원이에요."

"아이고... 부자되긴 글렀네... 글렀어."


할머니는 사천원에서 천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지갑에 넣으며 말했다. 걱정과 함께 미소가 보인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종종 커피 마시러 와도 되지?"

"네네! 종종 들러주세요!"


할머니는 시원하게 구경을 하고, 호쾌하게 커피를 마신 뒤 쿨하게 퇴장했다.


"시작이 좋은데? 그럼 영업을 시작해볼까?"



독립서점 <독점>, 문 열었습니다. 어서들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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