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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엔 헌법 필사

에피소드 1-1. 무료한 오픈 타임, 나홀로 시간 보내기

by 더곰


음식점은 오픈발이라도 있지, 건물과 건물 사이에 끼인 것처럼 좁디 좁은 위치에 자리한 작디 작은 독립서점 <독점>은 오픈발도 없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들어온 할머니를 제외하곤, 1명.

바로, 나만이 이 공간을 독점하고 있다.


"훗, 그렇다면 야무지게 즐겨봐?"


새해 맞이 계획 중 하나인 '필사'를 수행하기 위해 책 하나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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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과 필사 계획과 완벽한 찰떡 호흡. '헌법 필사'

새해 첫, 나만의 필사 서적으로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부제 때문이었다.


국민이 권력인 나라, 일생에 한 번 헌법을 필사하라
- 헌법 필사 / 저자 : 대한민국


허어.. 국민이 권력인 나라! 알고 있었지만, 다시금 머리에 각인시켜주는 부제.

이 책을 안 잡을 수 있겠냐고.


며칠 전 별그램에서 각 국가별 헌법 1조를 본 적이 있었다. 그 중 제일 멋있는 헌법 1조는 역시나, 당연히, 주저할 것 없이! 대한민국 헌법 1조였다.


헌법 1조
(1)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헌법 필사 / 저자 : 대한민국


크.. 국뽕이 차오른다. 국뽕을 더욱 더 높이기 위해 요즘 국위선양 중인 BGM을 선택해보기로 했다.

로제의 '아파트'

차오른다. 차오른다. 국뽑이 차오른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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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처음은 '전문'이었다. 이 또한 필사를 하도록 별도의 필사 페이지가 존재했다.

(책 안에 필사할 수 있는 페이지가 마련되어 있지만, 평소 책에 낙서를 하거나, 메모를 하거나, 밑줄을 치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별도의 노트를 준비해 적었다.)


근데... 전문이, 놀랍게고, 마침표가 딱 하나 뿐이었다.

갑자기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난 아무런 부담없이 널 내 친구에게 소개 시켜줬고 그런 만남이 있은후로부터 우리는 자주 함께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함께 어울렸던 것뿐인데 그런 만남이 어디서 잘못됐는지 난 알 수 없는 예감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을 때쯤 넌 나보다 내 친구에게 관심을 더 보이며 날 조금씩 멀리하던 그 어느 날.]


이와 다를 게 무어냐고.

-고, -며, -와, 그리고 쉼표로 계속 연결되는 전문 내용. 글쓰기 수업에서 분명 문장은 간결하게, 딱딱 끊어서 쓰는 것이 기본 값이라고 배웠는데 헌법의 전문은 마침표는 딱 하나만 찍겠다는 일념하에 쓰여진 것처럼 길었다. 그 덕분에 이해하기 위해 한 호흡으로 몇 번을 읽었고, 헌법에 대해서 알고 넘어갈 수있었다.


전문을 다 쓰고나서 기지개를 펴고, 시원하게 하품을 하는데...


[딸랑]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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