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3. 고객님 책 소개... 아니 상담해드릴게요!
"아... 책 추천이군요."
손님은 책방에 놓여진 단 한 권의 책 <퓨처 셀프>를 바라봤다.
우리는 새해가 되면 늘 현시점에 가능한 일을 계획하기보다는 2026년 미래를 바라보고 계획을 세우곤 한다.
그러다가 작심삼일의 법칙에 따라 빠르게 계획은 무산되고,
3월이 되면 다시금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미래 계획을 세운다.
그런 이들을 위한 찰떡같은 책이 바로, 독점에서 선택한 첫 번째 책 <퓨처 셀프>였다.
2023년 베스트셀러에 이어, 2024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TOP 10에 오른 책으로,
미래의 나를 적용하는 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인 벤저민 하디의 작품이다.
모든 자기개발서는 저 나름대로 원포인트가 있다.
만약 없다고 하더라도 읽고 나서 하나의 깨달음만 얻어 가면 성공인 거다.
이 책의 원포인트는 '일단 행동하라!'다. 수많은 자기개발서들이 외치는 말이기도 하다.
주저할 시간에 일단 행동하라. 행동하지 않고 원하지 말아라. 정말 많이 들은 말이다.
그런데 하필, 이 책에서 내 뇌를 때린 것이다.
그렇게 나는 지금의 독립서점 독점을 오픈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행동하자는 마음으로.
"근데... 아까부터 든 생각인데 책이 한 권밖에 없네요? 오늘 오픈 한 건가요?"
"네! 오늘 문 열었어요."
"아, 그래서 전체적으로 어설픈 인테리어에 미완성같은 느낌... 아! 죄송해요. 속으로 생각한다는 걸 입 밖으로 내고 말았네요."
"괜찮아요~! 그거 아세요. 80퍼센트의 법칙이라고. <퓨처 셀프>에서 봤는데, 완수가 완벽보다 낫다. 완벽주의는 미루는 태도를 낳지만, 80퍼센트만 하고자 생각하면 결과를 얻는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 생각했죠! 제가 항상 완벽주의자라고 주변에 가짜 뉴스를 퍼트렸거든요. 그렇게 말하다보니까 어느 순간 진짜 완벽주의자인 줄 착각한 거죠. 근데 완벽주의자의 늪이....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는 1부터 완벽해야 하는 거예요. 그렇다보니, 시작조차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아, 네."
"그래서, 일단 80퍼센트 법칙에 준해서! 일단 질렀습니다. 단골 되시면 성장하는 독점을 보시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을까요?"
"그렇겠네요. 굉장히 유쾌하시네요."
유쾌하시네요. 진짜 유쾌하다는 것이 아니라 나불나불 많이 많다라는 뜻의 말이었다.
그렇다면 눈치껏 빠져주는 것이 맞다.
"그럼, 쉬세요. 뭐 심심해서 말동무가 필요하시면, 카운터에서 곰을 찾아주세요."
다시 어색한 정적이 공간에 맴돌았다.
'이 참에 책 소개를 적어볼까?'
그러고보니, 책을 진열해 놓긴 했지만, 책에 대한 나만의 코멘트가 없음을 인지했다.
코멘트를 하나씩 적어두면 손님들이 일일이 책에 대해서 묻지 않고 관심을 갖을 것 같기도 했다.
미래의 나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즉시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내 모습을 어떻게 공개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펼치세요!
음... 구구절절인가?
근데 어찌 보면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 딱 이것인 것을.
미래의 나를 구체화하고, 선언하고, 구체화된 나를 위해 지금 바로 실행에 옮기라는 것.
예전에 한 연예인이 TV에 나와서 자기는 '미래 일기'를 쓴다고 했었다.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 지를 매일 매일 기도하듯이 쓴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뤄냈다며 뿌듯해하며 말했다.
이 책에서도 그와 비슷한 말을 한다.
미래 일기는 아니지만,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라는 것이다. 10년 후, 5년 후, 3년 후, 1년 후. 쓰면 쓸수록 내 미래가 구체화되고, 실체화 된다는 것이다.
자, 그럼 나도 따라서 작업해볼까?
과연 10년 후에 나는 이 편지를 어떤 위치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표정으로 볼 것인가.
다시 생각해도 두근두근 하다.
"근데... 미래가 없는 사람에게 퓨처 셀프는 말이 안 되지 않아요?"
"네?"
"아니, 물이 셀프인 이유는 물이 있기 때문이잖아요. 근데 미래가 없으면 셀프도 없는 거 아닌가...해서요."
그녀는 책이 궁금해 말문을 연 것이 아니다. 책을 빌미삼아 대화를 신청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손님에게 다시 다가갔고, 손님은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았다.
원래 모르는 사람에게 속얘기를 하는 게 더 쉽다.
손님은 불과 몇 시간 전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10년 동안 몸담았는데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멍하니 헤매이다가 이곳까지 오게 됐단다.
"하아... 전, 이제 뭐 먹고 살아야 하죠?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요."
"보기엔 아직 저보다 훨 젊으신 거 같은데, 아세요? 이제는 기대 수명이 120세래요.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해요. 미래가 그려지지 않더라도 미래는 오거든요."
"..."
"한 곳에서 너무 오랫동안 있었기에 허탈함이 사무칠 거예요.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위안을..."
손님이 나를 바라봤다.
"장난~ 장난~! 근데, 이 책에서 딱 맞는 해답을 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요~ 일단, 몇 시간 전도 지나간 과거잖아요! 과거는 이미 지나갔잖아요. 자, 이 과거를 불행으로 덮지말고 스토리를 입혀보자고요! 10년 째 하나의 일만 해서 삶이 재미가 없고 나태해지려고 할 때 때마침 관두게 됐네! 그렇다면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볼까? 이렇게요."
"음..."
"진짜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거 가리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거 우선순위로 3가지를 써보는 거예요! 그리고, 3가지를 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정리하는 거죠. 그럼 미래가 좀 그려지지 않을까요?"
"아..."
사실, 손님은 나에게 대단한 정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자신의 넋두리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을 뿐.
그녀는 진심으로 공감하는 듯하면서 PPL처럼 들어오는 책 설명을 하는 나를 그저 재미있다는 바라봤다.
"진짜 약 파셔도 되겠어요. 뭔가 책에서 한 얘기라고 하니까 위로가 더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맞아요! 저명한 분이 썼다잖아요. 그럼 신뢰도가 풀상승하죠! 그리고, 안 사셔도 돼요. 그저 지금 고객님의 상황과 이 책이 딱 맞아서 얘기를 한 거라서요."
손님이 카운터에 섰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얼마예요?"
"책 뒤에 가격 써있습니다. 고객님! 사랑합니다."
손님은 들어왔을 때와 다른 미소를 머금은 채로 독점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