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6. 강아지소리는 귀엽기라도 하지
오전 11시.
할머니들의 독점 시간.
늘 언제나 그렇듯 수다가 마를 날이 없다.
매일 만나면서도 대화 거리가 끊이지 않는 게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 술 안마시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만 말 뱉은 하루도 안되서 술 처먹으로 나갔잖아. 그 인간."
"이제 놀랍지도 않아. 아니, 그 말을 믿은 겨? 안 먹는 다는 말?"
"이번에는 술 땜시 병원도 갔으니까~ 당연히 술 끊을 줄 알았지."
"저번에도..."
"갔었지! 술 먹고 취해서 집 앞에서 자빠져가지고 병원 갔었잖아요. 형님."
"그치?"
"참.. 너 기억력 좋다. 어쨌든, 이번에는 호언장담했었다고."
"너도 참 보살이다. 느그 애아빠가 하는 말이 바로, 그 유명한 개소리라는 것이여. 왈왈."
꽃할매는 놀리듯 친구 할매를 향해 개 우는 시늉을 했다.
주변 할매들은 그 모습을 보며 박장대소 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놀림의 대상이 된 할머니는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아 몰라~ 속 풀러 왔다가 부아통이 더 터지네. 나 갈래."
"왜 벌써 가~ 왈왈 거리는 남편 해장국 차려주려고?"
꽃할매는 끝까지 놀렸다.
신기한 건 어느 누구 하나 화난 할머니를 달래주려고 하지 않았고, 할머니가 뒤도 안돌아보고 가는데 붙잡지도 않았다.
"어머! 할머니 화 단단히 나신 거 같은데. 화 안 풀어줘도 돼요?"
"응~ 내비둬. 하루 이틀이어야지. 쟤 놀 친구 없어서 화 다 풀고 내일 나올 겨."
오후 4시.
"아 개웃겨!"
"졸라 웃겨."
다솔이 무리들이 시끌벅적하게 입장했다.
"안녕하세요! 아줌마."
"아줌마 아니고 언니."
"야, 나 어제 게임 엔딩까지 다 감."
"응. 개소리 금지."
"진짜거든. 피방 고?"
"응. 안가. 학원가야 해."
"쫄?"
"뭐래. ㅂㅅ. 오늘 개소리 데이야?"
작고 앙증맞은 아이들 목소리에서 전혀 그렇지 않은 거센 소리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입에 착착 붙는 것이 한 두 번 말해본 솜씨가 아닌 듯 했다.
한 참을 듣고 있다가 호기심에 물어봤다.
"야, 너네 어디서 그런 말 배운 거야?"
"무슨 말이요?"
"지금 하는 너희들의 모든 소리?"
아이들은 일상어처럼 해온 모든 말들을 어디서 배웠냐고 묻는 것이 어려운 질문인 듯 대답하지 못했다.
"여기서는 엄한 소리 금지. 엄한 소리 하면 5분간 퇴장시킬 거야."
"아줌마도 쓰잖아요."
"아줌마 말고, 언니. 그리고 아줌마는 성인이잖아. 너네도 어차피 내 나이되면 쓰기 싫어도 쓰게 되는데 뭐 한다고 지금부터 쓰고 있냐. 좋지도 않은 말."
"그럼 아줌마 나이 되면 써도 돼요?"
"아줌마 말고 언니. 응. 성인이되면 자유지 뭐~"
저녁 6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벌했던 추위가 사라지고, 살랑거리는 봄냄새가 좋다.
그래서, 문을 활짝 열어놨다.
"이러면 누구라도 쉽게 들어오겠지~ 미세 먼지 말고 다 들어와도 됩니다~~~"
들어오라는 손님은 안 들어오고
살랑거리는 봄냄새와 함께 한 여인의 목소리가 문을 타고 넘어 들어왔다.
"야~! ㅅㅂ 개소리 하지 말라고~ 얼척없네. 뭔 소리야."
와우. 엄청나네.
하긴 길거리에서도 저렇게 거센소리가 난무하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습득하지.
누굴 탓해. 누굴.
나는 하필 <독점> 앞에서 우렁차게 거센소리를 남발하며 통화하는 여인의 모습이 보기 싫어 문을 닫기로 했다.
"아니, 그러니까. 누가 그래? 졸라 어이 없네? 그런 개소리한 ㄴ 누구야? 가만 안 둬."
"유나야!"
"어? 오빠!"
여자는 갑작스러운 남자의 등장에 당황한 듯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나도 문을 닫으려다가 흥미가 동해서 문짝을 그대로 잡은 채 멈췄다.
"통화 중이었어?"
"으...응? 아... 아.. 그게."
"아니, 개소리라는 단어를 들은 것 같아서."
"어머어머어머! 무슨 소리야. 오빠~ 내가 언제 오빠 앞에서 욕 한 적 있어?"
"없지~ 그래서 엄청 놀랐잖아. 처음엔 유나 아닌 줄 알았어. 유나 입에서 개소리라니..."
여자는 안절부절 못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희열에 찬 표정을 짓더니 남자를 이끌고, <독점>으로 들어왔다.
'허...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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