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9-2. 대가족 안에 스님 있다?
하필 영화의 주인공이 '가족' 문제로 불미스러운 일에 고통스러워하는 이 때, 이 영화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역시도, 자신이 찍은 이 영화를 보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시기를..
(근데 되새길 수 있는 사한은 또 아닌지라...)
어쨌든, 영화 얘기에 집중하도록 하자!
영화에서 간간히 '스님'들이 등장하곤 했다.
그러다가 '간간히'가 아니라 메인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1990년 3월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은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영화로서 처음으로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1989년 배용균 감독의 작품으로 노승과 동자승 그리고 번민하는 젊은 스님들을 통해 불교의 철학과 성찰을 이야기한 작품으로, 4년 간의 작업 끝에 영화를 완성했다. 이 영화는 심오한 불교 철학은 물론 한국적인 영상미의 극치로도 평가받으며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1001'에도 언급되었다.
이후, 대중적, 상업적인 영화로 대성공을 거둔 영화가 있다. <달마야 놀자>
이는 조폭들이 절로 들어가면서 스님들과 융화되고 하나되며, 자신의 지난날을 반성하는 성장물이다. 박신양, 장진영, 김수로, 강성진, 박상면 등 당시 인기있었던 배우들이 총 출동했다.
당시 조폭미화물로 그려졌다는 안 좋은 시선도 있었지만, 불교계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등 어려운 불교적 주제를 쉽게 풀어냈다며 좋은 평가를 했다고 한다.
때문에 2001년 기준 전국 370만 관객을 기록하며 흥행 성공까지 기록한다.
이후, 스님을 소재로한 작품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러던 중, 2024년 개봉한 한 편의 영화가 떠올랐다.
바로, <대가족>이다.
이 영화가 개봉됐다는 건 진작에 알았지만, 선뜻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배우의 영향이 컸다.) 그러다가, 또 보기로 결정한 것 또한 배우의 영향이 컸다.
내 기준에서 김윤석 배우는 믿고 보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큰 맘 먹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허어... 다 보고 나서 울어버렸네...?
젠장, 훈훈한 가족영화잖아!!! 감동이잖아!!! (5월에 보기 딱 좋은 영화입니다!)
사실, 스토리는 뻔하다.
6.25 피난길에서 홀로 남쪽으로 내려와 만두 하나로 갑부가 된 김윤석은 자신의 뒤를 이을 '대'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의 유일한 핏줄인 아들 이승기가 '스님'이 되었다.
그렇게 망연자실하던 찰나에!
이승기의 자녀들이라고 추정되는 두 남매가 등장한다.
'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김윤석은 묻지도따지지도 않고 손주로 받아들인다.
구두쇠였던 김윤석은 손주들의 등장에 돈 쓰는 재미를 알게 되고, 그렇게 화기애애한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스포일러이기에 그 뒤는 생략하지만, 다들 추측하는 그런 내용 맞습니다. 맞아요!)
영화의 결론은 피가 섞이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차! 스포일러...!!)
추측컨대 영화 제목인 <대가족>은 '代'가족에서 '大'가족으로 변화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작품에서 뻔한 스토리가 불편하지 않이하고 몰입도가 높아지는 비결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일 것이다.
김윤석 뿐만 아니라 김성령 등 연기파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모두 다 자신의 역할에 맡은 바 최선을 다한다. 튀기 위해 투머치하지 아니하고,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연기를 보임으로써 보는 내내 편안했다.
이승기 역시 그 안에서 어울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초반에는 살짝 그러했지만) 보면 볼수록 봐졌다.
어찌보면, 모든 배우들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 중에서 제일 특수한(?) 캐릭터는 오직 스님 뿐인데.
스님이 등장하는 것은 '代'를 '大'로 바꾸기 위한 중요한 역할이자, '어머니'와 '가족'이라는 화두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함인 듯 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을 위해서 스님만큼의 찰떡인 역할이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마지막에 특별출연으로 이승기를 받아준 큰 스님이 등장하는데 다름아닌 이순재 배우였다.
(아씨... 그냥 등장만으로도 눈물이 났다는! 정말 해탈의 경지에 이르른 큰 스님의 모습 그대로였다!)
비단 가정의 달 5월 뿐만 아니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싶은 순간에 이 영화를 꼭 한 번 보시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