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0. 엄마에겐 늘 더러운 내 방 (알 수 없다)
집에서 쉬고 있는 엄마의 불시점검이 시작됐다.
"뭐하노?"
"책읽는데."
"아니... 너는 책방에서도 책 읽으면서 여서도 읽나?"
"수불석권하는 바람직한 자세를 가지고도 뭐라고 하면 어째?"
엄마는 할 말이 막혔는지 내 방을 둘러본다.
"좀 정리 좀 해라!"
"응? 며칠 전에 싹~ 정리 한 건데?"
"이게 정리한거라꼬? 저... 책들 좀 버리고... 책장 무너지겠다."
"아이고 책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이 책장의 본분입니다. 걱정도 팔자여."
"으이구... 입만 살아서."
"나가~~~!"
엄마는 혀를 끌끌 차면서 퇴장했다.
'책이 너무 많은가?'
보통의 집과 같은 듯한데... 나는 읽던 책을 내려두고 책장을 훑었다.
책장에는 이미 책들이 자리를 차지 하고도 넘쳐서 책들 위에 쌓이고, 심지어 책장 안에 두 줄 세우기까지 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책들은 바닥에 탑처럼 쌓여가고 있었다.
'그래... 정리가 시급하긴 하네. 그럼 한 번 버릴 걸 정리해볼까?'
나는 엄선 또 엄선해서 버릴 만한 책들을 선별해나갔다.
나만의 선별 기준은 얼마나 오래된 책인가, 재독할 가치가 있는 책인가, 소장할만한 책인가다.
그렇게 20권이 채 안되는 책들이 버려질 운명에 처해졌다.
근데, 또 이것이, 막상 버리려고 하니까 읽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읽지 않은 채 버리는 것은 너무 양심이 아프지 않나 싶은 것이다.
그렇게 나는 선별된 책들을 읽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려도 되겠다 싶으면 버리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내가 다시금 읽기 시작한 첫 책은 이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