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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손님두 할 수 있어

에피소드 12-1. 열정적이진 않지만 은근합니다.

by 더곰


시작은 언제나 불현듯 일어난다.

5년 전 일 때문에 '환경'에대해서 공부를 했다.

여느날의 나라면 프로젝트가 끝나면 목적성이 '일'이라면 '일'이 끝나는 순간 열심히 공부를 했더라도 다 휘발되고 만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거북이가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껴서 빼는데 엄청 고통스러워 하는 영상이 계속 잔상으로 남았다.

그때부터 텀블러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최대한 안쓰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엄청 철두철미한 환경운동가는 아니기에 누군가에게 강요하거나 강권하지 않았다.

물어보면 환경 때문이라고는 말하지만 그렇기때문에 너도 해!는 아니다. (근데 하면 좋긴 하지...)

내가 나를 잘 알지만, 나는 대범한 환경 운동가는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소소하게 지구를 지키기로 했다.

그 작은 시작이 텀블러였고, 그 다음은 장바구니 사용이었다.

이후 물티슈 사용도 가급적 사용을 안 하려고 하고, 나무젓가락, 플라스틱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수저통을 들고 다녔다.

탄소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걷는 생활을 일상화하고, 메일 정리를 틈틈히 한다.

(불필요한 메일을 휴지통에 비워 버리는 것만으로도 탄소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 이상을 할 자신이 없기에! 나는 열정적인 환경 운동가가 될 수 없다.

그러던 어느날! (두둥) 제목에 이끌려 책을 잡았다.

<지구를 지키는 괴짜 브랜드>


image.png?type=w580 천그루숲, 2024


나란 인간은 정말 편견의 동물이어서, '괴짜'라는 단어에 흥미가 발동했다.

서론부터 흥미 유발을 위해 부단히 애쓴 흔적이 녹아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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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괴짜 브랜드> 中


이 책은 괴짜 여우 응원단 Freaky Fix Crew가 지구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10개의 단체를 인터뷰를 한 것을 바탕으로 정리한 책이다.

나름 환경과 관련된 10가지 키워드에 맞는 10개의 단체를 선정해서 인터뷰를 진행한 듯 하다.


ESG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리유즈 (Reuse)

제로웨이스트 (Zero waste)

업사이클링 (Upcycling)

슬로우 패션(Slow Fashion)

탄소중립 (Net Zero)

에코 커뮤니티 (Eco Community)

소셜 캠페인 (Social Campaign)

친환경 농부시장 (Eco-friendly Farmers Market)

리사이클링 테크 (Recycling Tech)


여자는 내가 부러 책을 무기 삼아 시비를 거는 줄 알고, 책을 훑어보며 공격거리를 찾는 것 같았다.


"아니~ 이런 건 다 뻔한 내용 아닌가? 제로웨이스트, 업사이클링, 탄소중립 등등등! 근데 나는 이게 참 웃겨요. 업사이클 한다고 기계 돌리는 건 환경 파괴 아닌가? 슬로우 패션도 그래, 옷을 평생 안 사입을 수도 없는 일인데... 이걸로 시비 거는 것도 웃겨. 그리고 가장 어이 없는 건, 이 책이에요. 책 한 권 만들기 위해 나무를 얼마나 훼손하는지 아시죠? 저는 그래서 이, 테블릿으로 책을 읽는답니다."


여자는 날카롭게 말을 했다.

나는 시비를 걸고 싶었던 게 아니었는데 의중이 잘못 전달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찜찜했다.

그래서, 그냥 이대로 대화를 멈추는 게 맞지 않나라고 생각하던 찰나,


"그쵸~ 어머! 나름 환경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잖아요!!"


나는 칭찬하듯 여자에게 말했고, 여자는 나름 으쓱해했다.


"이 책도, 괴짜라기 보다는 그런 수많은 고민을 통해 오랫동안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이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즉, 책 제목처럼 '괴짜'는 없다. 적어도 내가 아는 '괴짜'는.

하지만, 환경 쪽이 워낙 버텨내기 어려운 곳이다보니, 그곳에서 묵묵히 오랜 기간 버텨내어 안정권이 든 단체들이라면 그들에겐 '괴짜'가 맞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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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가장 인상적인 단체는 '파타고니아'와 '댄스 위드비'였다.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의류 기업이다. 환경과 의류 산업은 어찌보면 적대적인 관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페스트 패션이라고 해서 어느 순간부터 기업은 의류를 다량으로 찍어내기 시작했고, 빠르게 버려졌고, 그 옷무덤들이 다시 제 3국으로 넘어가고 폐기되면서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파타고니아'는 대량 생산으로 비용 절감을 노리지 않았다. 팔 만큼의 옷만 찍어낸다.

그리고, 최대한 오래 입기를 권하며, 수선을 원하면 언제든 수선을 해준다. 다른 브랜드의 옷까지도 말이다.

게다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자신들의 옷을 사지 말라는 광고까지 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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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룹은 비영리 환경단체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며 지구를 위한 세금이라고 부르는 '1% For The Planet'를 운영하고 있다.

진심 환경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회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저게 되겠어?'라는 마음으로 쉽게 가지 못하는 길을 '저게 됩니다'의 마음으로 해내는 기업. 진짜 멋있어 보였다!)


'댄스 위드비'는 이름부터가 신난다.

환경을 논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생명체가 있다. 바로 '벌'이다.

'벌'이 멸종되면 사람들의 삶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벌'은 식물들의 번식을 위해 아주 중요한 생명체라고 한다.

그래서 각 나라에서는 벌을 살리기 위핸 각고의 노래를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는... 모르겠네?)

이 단체는 꿀벌을 키우는 곳이 아니다. 환경 관련 커뮤니티라고 생각하면 된다.

거창한 것은 없다. 댄비 학교라는 모임을 통해 서로 모여서 환경 운동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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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서 행사에서 대량으로 소비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대신 다회용 컵과 접시를 대여해주는 단체와 우리나라에서 처음 오픈해 수많은 제로웨이스트숍을 양산시킨 단체, 업사이클링을 전문적으로 하는 단체 등이 소개되었다.


"그래서 뭐! 뭐요. 저보고 빨대 요구 하지 말라는 말이잖아요."


여자는 처음과 달리 약간의 주춤거림이 있었다. 적어도 살짝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는 것이리라.


"역시! 아까부터 느낀건데, 머리가 정말 좋으신 거 같아요. 이해력이 짱짱!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이런 책 사실 안 읽어도 되요. 왜냐면 우린 환경 단체를 조직하고 만들 만큼 마음이 여유롭지 않으니까요. 저역시도요. 근데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거 같아요. 이 책에서 준하는 저의 '괴짜력'은 이 책방에서만큼은 빨대와 물티슈 같은 1회용 소모품은 사용하지 않는다예요."


"......"

"자, 이 책은 제가 선물로 드릴게요. 한 번만 읽어보세요~!"

"네? 됐어요! 전 전자책으로 볼게요."

"선순환!"

"네?"

"이렇게 제가 손님에게 환경을 선물했으니, 손님도 다른 분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세요~ 그럼 손님처럼 머리 좋은 분들은 분명! 행동 변화가 있으실 거예요."


여자는 머뭇거리면서 책을 받았다.


"뭘 이렇게까지..."


그리곤, 자리에 앉았다. 다시금 작업을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테블릿 PC 전선을 뽑았다.

그리고 핸드폰 전선도 뽑았다.

지금 이 순간 필요한 노트북 전선만 꽂은 상태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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