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1-1. 문학적 건망증에 대한 작가의 고견은 이렇습니다.
"읽고 읽고 또 읽어도 가물가물해서 걱정이신가요?
그런데 왜 꼭 읽으면 다, 반드시, 꼭 기억을 해야 하는 걸까요?
노노놉~!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 이 책을 보면 '기억'에의 강요에서 해방되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바로 <깊이에의 강요>입니다. 두둥!"
"왐마! 장사꾼 다됐구만!"
"헤헤! 그럼 이 책 소개 해드릴게요~ 작고 소중해서 읽기 부담없을 사이즈죠^^ 저는 2005년도에 이 책을 사서 읽었고, 이 작가 덕분에 읽고 기억해야 한다는 부담에 대해서 조금을 가벼워졌어요~"
최근에, 최근이라고 하기에도 꽤나 오래되긴 했지만,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면서 표지가 바뀌었다.
게다가 저자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리뉴얼 세트까지 나왔다. (허어~!)
제일 먼저 저자를 소개하자면, 독일 작가로 우리에게는 <향수>라는 소설로 더 유명하다.
(나는 저자의 <깊이에의 강요>라는 책을 먼저 접했고, 흥미가 발동해 <콘트라베이스>를 읽었다.
후에 <향수>가 영화로 제작됐다는 소식에 책을 먼저 읽어봤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독일 문학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일반적인 통념이 있다는데...
다행히도 나는 독일 문학 중에 이 저자의 글을 먼저 접해서 그런가 그런 통념을 느끼지 못했다.
이 책은 <깊이에의 강요>, <승부>, <장인 뮈사르의 유언>이라는 세 개의 단편 소설과
<문학적 건망증>이라는 하나의 에세이가 담겨져 있다.
나는 공교롭게도 마지막 챕터인 에세이 <문학적 건망증>이 가장 땡겼다.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정확히 무엇이라고 씌어 있었는지 잊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의미는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 있기 때문에,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어쨌든 이런 내용이었다.
너는 네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
<깊이에의 강요> 94페이지
진짜, 딱 나같았다. 그래서 공감대가 완전 폭발했다.
그는 책을 읽고나서 제목이며, 저자며, 내용을 잃어버리는 것에 있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다시 읽으면 그만이고, 받아들이면 그뿐인 것이다.
그런 자세로 책을 대한다면 <문학적 건망증>에 대해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잃어버림, 상실에 대한 주제로 책을 선정하고 이 책을 다시 읽어봤다.
억지로 짜 맞춘 것일수도 있지만,
<깊이에의 강요>에서는 가벼운 평론가의 한 마디에 본연이 내제되어 있었던 '깊이'를 상실하고, 방황하다 끝내는 죽음에 이르는 한 여성 화가의 이야기이다.
<승부>는 승리의 맛을 잃고 싶은 고수와 승리의 맛을 쟁취하고픈 젊은 도전자의 숨막히는 체스 대결을 그렸다.
<장인 뮈사르의 유언>은 돌조개라는 것에 매몰되어 다양하게 사고하는 것을 포기한다. 그리고 본인의 자아를 상실한 채, 죽음을 맞이한다.
묘하게 억지로 짜 맞춰진다. 그래서 더 읽는 내내 재미가 있었다.
가끔은 주제에 맞춰서 그 주제와 걸맞게 해석해가면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