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1. 잃어버린다는 것의 두려움
"늦었네?"
"아~! 네네. 깜박했어요. 일요일인 줄 알고..."
"정신을 어디에 놓고 다니는 거여?"
"그러니까요~ 그래도 기억해낸 게 어디에요~"
"그려~ 정신 똑바로 잡어. 내 친구는 기억 잃어버리고 바보됐어~"
"아..."
"농담이여~ 우리 세대 농담~ 웃고 넘어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커피나 내 와."
"네~"
일요일에 <그린 캠프 페스티벌>에 갔었다.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하얗게 불태웠다.
때양볕에서 시작해 쌀쌀할 때 끝이났다. (감기... 올뻔)
텔레비젼에서 수차 봤던 가수들을 현장에서 마주하며 라이브로 듣는다는 건 엄청난 희열이었다.
다들 노래를 어찌나 잘 부르시던지!!!!
이무진, 에피톤프로젝트, 소란, 하성운, 이적이 나왔는데!
(앞에 두 팀 더 있었지만 이무진 때부터 입장해버렸...)
모두의 팬이 되어 나와버렸다. 신나게 웃고 즐기고 뛰고 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렇게... 하루를 불태우고 기억을 잃었다.
(이쯤되면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 월요일을 마주하는 것을 거부한 게 아닌가...)
할머니들은 초반에는 마실나오듯 웃고 떠들고 커피만 마시고 갔었는데 요즘은 누군가의 시작으로 책 한 권씩 들고 오신다. 그리고, 한 시간 가량 독서 시간을 갖는다.
그 평화로움이 참 좋다.
물론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수다 꽃을 피우기도 하신다. (그게 함께 독서하는 맛이지!)
"아니~ 근데 나는 책을 암만 읽어도 돌아서면 잊어버려~"
"맞어!! 드라마 내용은 귀신 같이 기억나는데!!!"
"예전에는 책 읽으면 바로바로 기억해서 썰 풀고 했는데... 요즘 늙어서 그런가 기억을 잃어가는 거 같아서 슬퍼."
"에이~ 그런 생각 말어!!"
"나는 그래서 책 읽기가 싫어~~~"
"그럼 나오지 마."
"에잉!!!"
"그럴 때에는 책을 읽은 후에 감상을 기록하는 것도 좋아요."
"그게 뭔 소리여?"
"아까 썰을 푼다고 했잖아요. 노트에다가 썰을 푸는 거예요. 아니면, 핸드폰에다가 기록해도 되고."
"그런 게 있어?"
"네네!"
"그럼 알려줘봐."
"그럼, 저희 독서 모임을 가져볼까요?"
"그려~ 뭐든 해봐. 나 기억 잃으면 골치 아파! 아직 젊단 말이여!!"
"에이- 누구다 기억하려고 하지 않으면 다 잃어버려요."
"그래?"
"그럼요~ 그 증거 자료를 제가 제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이번 주 도서에 진열되어 있는 책을 할머니들에게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