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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은, 깨지라고 있는 것입니다.

에피소드 13. 평범한 하루를 지키는 것은 의외로 어렵다.

by 더곰


오늘의 할일
★ <독점> 오픈하기
★ 헌법 필사 하기
★ 책 읽기
★ 만보 걷기
★ 일기 쓰기 + 그림 그리기


똑같은 하루 똑같은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하루를 무탈하게 유지하기 위해 똑같은 다짐의 '오늘의 할일'을 적는다.

부디 오늘 하루도 어제와 같은, 루틴하고도 무탈한 하루가 되기를...


[지이이잉-]


"여보세요."

- 뭐해

"서점에 있지. 왜?"

- 아니~ 서점을 차린 후부터 너무 바쁘신거지. 그래서 얼굴 까먹어가지고 생존 확인 차 연락했지.

"아이고~ 감읍할 따름이네요. 잘 살아있고요. 가게도 아직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 오늘 저녁에는 뭐하는데?

"응?"

- 서점 문 닫는 시간이 있을 거 아녀?

"아... 내맘대로 닫아서 딱히 정해져 있지 않지~"

- 아, 그래? 그럼 오늘 볼까?

"어... 그래."

- 그럼 장소 시간 톡으로 보낼게~


아... 또 이렇게 약속을 잡아버렸...


나는 어릴 때부터 통화는 간단히!라고 배우고 자랐고, 통화보다는 만나서! 주의였기 때문에 타인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어느 순간 지인들과 소원해지는 것을 느꼈고, 그때부터 모토를 바꿨다.

연락하는 습관은 여전히 잘 되지 않기에 (내가 나를 잘 아니까)

연락 오는 것은 무조건 다 받아주자. 가능하다면.

그렇다보니, 누군가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유일하게 거절 할 수 있는 영역은 '돈'문제 뿐이다.

이 또한 호된 경험을 했기에 거절할 용기가 생긴거지 아니었다면 여전히 '돈'도 거절 못할 대상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후... 오늘의 할 일이 있었는데... 약속을 가져버리면 반도 못하네.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 몰아쳐서 해야겠다."


다행히도(?) 손님이 별로 오지 않아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차례로 할 수는 있었다.

일단, 다음 <독점>에 올릴 책 선별을 위한 독서 타임.


"좋아! 야무지게 독서를 해보자."


당당히 책을 펼쳤다.


"저기요."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나는 자연스럽게 펼쳤던 책을 덮었다.

그리고 손님을 응대했다. 하필 이런 날엔 손님들과의 Q&A가 길어진다.


"안녕히 가세요~"


손님은 이번 주 <독점>에 놓인 책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나는 최선을 다해서 설명해주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어느새...


"하...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가네. 아무래도 책은 못 읽을 것 같은데. 그럼, 지금 출발해서 약속 장소까지 걸으면 만보 걷기는 성공할 듯 하군."


분명 친구를 만나면 10시 넘게까지 놀다가 헤어질 것이다.

그럼 만보를 채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하여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반 일찍 움직여서 걸어야 한다.

그렇게 나는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문을 닫아 볼까?"


"아아악! 엄마!!!"

"얼른 들어와!"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의 박해미처럼 괄괄한 엄마가 아들의 귀를 야무지게 잡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 책방이죠!"

"네. 그렇습니다만?"

"울 아들 볼 책 한 권만 주소!"

"네...?"

"아이씨!"


아들은 거센소리와 함께 엄마의 손길을 뿌리쳤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아들의 기세를 한 마디로 제압했다.


"가만 있어라. 콱!"

"...."

"책 한 권이요?"

"야. 만날 컴터 게임이나 하고, 안 좋은 무리들하고 처 놀기나 하고, 군대 갔다오면 정신 차릴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취업도 못해... 답이 없어요. 답이!"

"아..."


그제야 아들의 모습을 제대로 훑어봤다.

엄마에게 귀잡혀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어린 꼬꼬마인 줄 알았는데 성인 남성이었다. 백수 성인 남성.


"근데... 저희는 책이 다양치가 않아서요."

"괜찮습니다~ 아무거나 한 권 주소! 너, 여서 산 책 다 읽으면 내가 컴터 게임 할 수 있게 해줄게!"

"싫어!!!! 싫다고! 공부하기 싫어서 대학도 안 갔는데 왜 그래 왜!"

"아니, 머리에 똥만 차니까 취직이 안되지. 머리에 지식도 채워야지.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책 한 권 읽으라는 게 그리 어렵나."


와... 팝콘 각이다.

만보 걷기가 뭐시 중한디? 자, 이렇게 오늘의 할 일 다 실패고요. 오늘의 할 일은 내일로 미뤄봅시다.

지금은 진풍경 관람해야 하니까요.


"얼른 주소!"

"아. 네."


나는... 오늘의 <독점> 서적을 꺼내 어머니에게 드렸다.

그리곤 아들에게 죄송한 마음에 고개를 떨구고야 말았다.


image.png?type=w580 by. THE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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