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4.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거야~
"아이고 머리야..."
제법 잤다고 생각했고 극심한 두통에 잠에서 깼다.
새벽 6시 40분.
"아... 어떻게 된 거지?"
머리가 아파서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친구와의 술 자리가 있었다.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작정하고 이 구역 <술꾼 도시 처녀들>이 되었다.
(여기서 몇 개의 펙트가 틀리기는 하다. 몇 개도 없지만)
거나하게 광어와 우럭 회로 시작했다.
빠르게 취하지 않기 위해 소맥으로 속을 적시고, 소맥의 빈자리는 곧바로 소주로 채워졌다.
지체없었다.
거의 1년에 한 두 번 흐드러지게 취한다.
다행이 이번에 2025년 1년 중 한 번이니까 이제 한 번만 더 정신차리고 마쉬면 된다.
흐드러지게 취할 때에는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이 나온다고 하는데...
내가 아는 내 주사는 '필름이 끊기는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본 내 주사는 참으로 다양하다.
나는 필름 끊기는 걸 무기삼아 뭇 사람들에게 다양성을 선보였던 것이다.
어느 날은 화장실에 문 잠궈놓고 자고, 어느 날은 이놈저놈에게 고백하거나, 어느 날은 큰 소리로 노래부르고, 또 어느 날은....
그리고, 이 날은 걸었다.
지하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걸었다.
심지어 잘 아는 길을 두고 굳이 굳이 모르는 길을 찾아 하염없이 걸었다.
그러다가 문득, 어?라라라라? 라는 생각이 들면서 끊어졌던 필름이 야무지게 붙었다.
그리곤, 조신하게 집으로 잘 들어왔고 (어떠한 순간에도 귀소본능이 탁월한 나이다.)
조신하게 렌즈도 뽑고, 화장도 지우고, 옷도 갈아입고 잠이 들었다.
조신하게 잠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뇌는 청정했는데, 잠을 자면서 숙취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 것이다.
두통엔 역시~! 잠이지!
억지로 억지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오전 11시. 헉! 하고 잠에서 깼다.
지난 날의 허물을 되짚어보면서 행여나 실수한 것이 없는지 살펴본다.
다행히도 아무 일이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내 등짝에 스메싱을 날릴 부모님들은 이른 아침 댓바람부터 출타 중이시다.
자, 그럼 이제 해장을 해야겠지.
얼큰한 국물이 해장의 근본이기에 라면을 끓였다.
그리고, 책 한 권을 잡았다.
"해장엔 역시... 책...."
책 한 권을 식탁에 두고, 그 위에 라면 냄비를 올렸다.
"책받침 위에 놓인 라면이 제맛이지~!"
자, 이제! 해장도 끝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속은 전쟁 중이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지.
가자. 일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