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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취하고 싶으세요? 그럼! 이책!

에피소드 14-1. 아무튼 술이라고요.

by 더곰


라면으로 완벽한 해장을 한 후! 출근도장을 찍었다.

서점을 하면서 가장 큰 장점은 내 맘대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한 결과 또한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지만 말이지.)


이번 주 <독점> 센터 자리에 책 한 권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 그 주변에 사람들 손 잡기 쉽도록 동일한 책들을 진열해놓았다.


"타이밍이 기기절절하구만! 아무튼 술이지."


이번 주 <독점>의 주인공은 <아무튼, 술>이다.



image.png?type=w580 제철소, 2019



책 표지부터 이미 저자의 포부가 담겨져 있다.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술>


책 표지를 넘기면, 띠지가 나온다. 이곳에는 보통 저자의 소개가 적혀져 있다.

간결하게 깔끔하다. 구구절절이 없다. 그래서, 책에 대한 호기심이 더 증폭된다.


내 인생의 삼원색은 책 술 축구인데, 축구에 이어 술로도 책을 쓰니 세상의 모든 색깔을 다 가진 기분이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썼다.
<아무튼, 술>


그렇게 이 책을 잡았다.

(이 책은 2019년에 출판된 책으로 술이 고플때(?) N차 독서하는 나의 최애 책이다.

그리하여 오래된 책이지만, 소개하고픈 마음에 독점 센터 자리를 내어주었다.

고전은 세월을 타지 않는 법. 훗...)


이 책은 <아무튼>시리즈의 스무 번째 이야기이다. 오! 스무번 째일 줄이야.

술도 스무살 부터 맘 놓고 마실 수 있는데 그걸 노리고 스무 번째 책으로 선정한 것일까?

(그건 아니겠지 ㅎ)


어쨌든, <아무튼>시리즈는 권당 하나의 주제를 잡고,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SNS 쇼츠 같은 느낌이랄까? 생각 없이, 부담없이 슝슝 볼 수 있는 쇼츠처럼 너무 무겁지도,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책 사이즈와 쪽수도 부담 없어 좋다)


<아무튼, 술>은 술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을 큭큭 거렸는지 모르겠다.

글발이 참 유쾌하다.

술에 진심인 자들도 많고 그에 관한 글들도 많은데, 이처럼 유쾌한 술에 대한 책은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진짜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다 읽고 아쉬워하긴 또 처음)

저자는 술에 대해서 진심이다. 게다가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소주, 맥주, 막걸리, 와인 등등 우리가 알고 있는 술부터 우리가 잘 몰랐던 술까지 다 소환한다.

그렇다보니 그에 따른 주사와 에피소드들이 마구마구 방출된다.

나는 분명 책을 읽고 있는데 저자와의 술파티가 벌어진 기분이다.



image.png?type=w580


글 전체가 재미있어서 인용하기 보다는 캡처를 해버렸다.

술을 신경써서 마시기 위해 규칙까지 세울 정도면, 술에 진심인 거다.

또한 글에 허세가 없다.

술로 데인 후에 '내가 두 번 다시 술을 마시면 인간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줄인다고 한다. 얼마나 솔직한가.

(나 역시도 숙취가 있을 때 반성은 하지만 안 먹겠다는 말은 안 한다. 그건, 거짓말이니까.)


어쨌든 이 한 장에서 저자의 글발을 오롯히 느낄 수 있다.

더 유려하고, 유연하고, 유쾌한 글들이 더 많다.

그러니 술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씩 읽어보시기를!

(술은 권장하면 안되지만, 술책은 권장해도 괜찮잖아요?)


이 책 덕분에 김혼비 작가를 알게 되었다.

술 하나로도 책 한권을 뺄 정도의 글발을 장착한 저자의 첫 번째 책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라는 책을 구입했다.

아이쿠쿠. 이건 다음에 제대로 독점적으로 다뤄야지.


[지이잉-]


"여보세요? 응. 어? 몇 시? 오늘은 뭔데? 소맥? 콜! 이따 보자. 내 책 한 권 들고 갈게. 너에게 선물로 드림. 뭐냐고? 아무튼 술."

- 그래~ 아무튼 술 마시자고~~

"아니~~~ 아무튼 술 마시자는 게 아니라. 책 제목이 아무튼 술이라고. 야, 그냥 이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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