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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해! 응 나 고소해.

에피소드 15. 우리 싸우더라도 서로 멱살은 잡지 말자

by 더곰

간판에 '다솔이's'이라는 이름이 뜨면, 어디서 숨어있었는지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아줌마~ 안녕하세요!"

"아줌마 아니고 언니"

"안녕하세요!"


아이들을 우르르 들어올 때에도 문 앞에서 90도로 인사를 한다.

오랜 교육의 힘이다.

매일 매일 들어올 때마다 90도로 인사하면 사탕을 준다고 하니 그때부터 너도나도 90도 인사를 한다.

이제는 습관이 되었는지 딱히 사탕을 주지 않아도 인사를 알아서 척척 한다.

역시 아이들은 흡수력이 높다. 그런데 희한하게 못고치는 게 하나 있다.

볼 때마다 '언니'라고 정정해줘도 해맑은 미소로 '아줌마'란다.

보이는 게 다인 아이들에게 나는 정녕 '아줌마'인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듣는 족족 '아줌마'에서 '언니'로 수정한다.


처음에는 다솔이와 아이들 수준의 인원이었다면, 이제는 긴 테이블에 빽빽하게 앉을 정도로 <독점>에 들어오는 이들이 늘어났다.

제대로 입소문이 탄 것이다.

덕분에 주전부리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부수입이 늘었다. (고맙습니다. 고객님들)


초반에는 아이들이 너무나 밝아서 감당이 안됐는데 이제는 아이들에게 적응이 됐다.

아이들은 신뢰가 쌓이면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해 맞춰준다.

그리고 예쁨을 받기위해 경쟁하듯 착한 짓을 한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들이 있어 개인적인 업무를 볼 수 있을만큼 여유롭다.


그. 런. 데.


"야! 너 안 놔?"

"너부터 놔!"

"야!!! 진짜, 이게."

"내가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말했지! 근데 왜 계속해 왜!"

"그럼 멍청이한테 멍청이라고 하지! 뭐라고 하냐!"

"나 멍청이 아니야!"

"멍청이~ 멍청이~"

"야!!!!"

"놔라. 놔!"

"너 고소할거야."

"응. 나도 너 고소."

"우리 아빠 변호사다!"

"우리 아빤 검사다!"


조금 지나면 멈추겠거니 했는데 주변에서 아이들은 두 아이의 싸움을 부추기듯 응원하고 있고, 두 아이는 서로의 옷을 부여잡으며 놓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두 아이를 분리시키는 게 시급했다.


"그럼 나는 이구역 판사다!"


두 아이를 포함한 아이들이 나를 쳐다봤다.


"자~ 무슨 일로 싸우는지 모르겠지만, 지각있는 어린이로서 싸워보는 건 어때?"

"..."

"..."


"어떻게요?"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던 다솔이가 물었다.


"여기서 재판을 실제로 해보자! 나는 판사. 너는 아빠가 변호사니까 너를 스스로 변호해보고, 너 역시도 검사로써 스스로를 변호해봐. 어때?"


아이들은 새로운 재미에 흥분해했다.

두 아이는 어느 새 상대방의 옷을 잡았던 손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어때? 재미있을 것 같은데?"


두 아이는 결정을 한 듯,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었다.

일사천리로 테이블 양쪽에 두 아이가 앉았고, 다른 아이들은 편을 드는 쪽 뒤로 섰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었다.


"어? 저 책!!! 책 봐도 돼요?"

"응! 그럼. 참고할 수 있으면 참고해도 될 것 같아."

"나이스!"


검사측에 선 아이는 진열되어 있는 이번 주 선정도서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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