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5-1. 진짜 검사들의 찐멋스토리. 검사내전
아이는 책을 잡자마자 훑어보더니 1분도 안되서 책을 덮었다.
"아줌마~! 3줄 요약 좀 요."
"아줌마 말고, 언니. 그리고 이제 3줄 요약하지 말고 직접 읽어보기로 했지~~"
"아아아아아아!!! 3줄 요약! 3줄 요약!"
이제 아이의 분노 타깃이 내가 되었는지 나를 향해 쌩 떼를 쓰기 시작했다.
결국, 아이들의 평화를 위해 (사실 나의 평안을 위해) 3줄 요약보다 긴~ 책 설명을 시작했다.
"책 제목 읽어볼까?"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목청껏 소리 내에 읽었다.
"검. 사. 내. 전!"
"생활형 검사의 사람공부, 세상공부"라는 부제가 적혀있는 이 책은, 2018년에 출간된 후, 드라마화 되었다.
생활밀착형 연기의 1인자인 이선균이 책 속 주인공, 즉 저자인 김웅과의 싱크로율 100을 보여주며 당시 드라마도 큰 사랑을 받았다.
보통의 검사 드라마는 굵직한 비리 사건이 얽혀잇으면서 권력과 싸우는 정의로운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드라마는 그냥 검사의 생활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래서도 더 친근하고 더 재미있었다.
그렇게 드라마를 먼저 접한 뒤,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나는 보통, 드라마화가 된다고 하면 드라마를 보기 전에 관련 책을 먼저 보는 편이다.
만약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드라마나 영화를 봤는데 너무 괜찮다~싶으면 바로 원작을 찾아 보는 편이다.
이 책은 후자였다.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가 계속 오버랩이 된다. 그래서 더 읽는 재미가 있었다.
(책에서 4D를 체험하는 느낌이랄까?)
저자는 20년 넘게 현직 검사로 살아오면서 경험한 에피소드 모아놓았다.
인상적인 것 목차였다.
사기 공화국 풍경
사람들, 이야기들
검사의 사생활
법의 본질
순이었다. 보통이라면 '검사의 사생활'을 먼저 보여줌으로써 검사의 삶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해주고, 자신의 캐릭터를 견고화 시킨 후 그 다음에 '사람들, 이야기들'을 통해 활약상을 소개하며, 그 안에 '사기' 얘기를 믹스매치하고, 마지막엔 어려울 법한 '법의 본질'을 논하고 끝냈을 것이다.
근데 '사기'가 버젓이 제일 앞에 놓여있다.
왜냐면, 당하는 자도 분통터지는데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검사 역시도 분통터지기에 앞에 배치한 것 같다.
정말 에피소드도 대범하지 않고 소소하다. (아니, 소소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근데 참... 법을 가지고 노는 사기꾼들을 글로 접하니까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전혀 줄어들지 않는 사기꾼들의 범죄 사실을 찾아 엄벌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이 있었다. 드라마에서도 소개됐었던 할머니 사기꾼 스토리는 정말... 사기꾼도 대단하고, 그런 사기꾼을 잡아낸 검사도 대단했다.
저자는 계속 본인이 검사 계의 아웃사이더, 또라이, 별종이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읽는 내내 내가 느낀 건, 그 누구보다 정상이다.
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것은 누구보다 정상이었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저자도 그렇기에 자신을 생계형 검사라고 하는 게 아닐까 한다. 최선보다는 책임이 더 나은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영역에서 책임을 다하면 타인이 봤을 때에는 최선, 최고의 모습이 된다.)
자신은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이라는 것이다. 나사못의 임무는 배가 어디로 가는지를 걱정하기보다 자신이 맡은 철판을 꼭 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검사내전>, 5페이지
책의 서두에 말한 이 말이, 어째보면 이 책의 전부인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모두가 유념해야 할 말이 아닌가 한다.
나의 설명을 들은 아이들 머리 위로, 버퍼링이 보였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은 말이야. 드라마 속 멋있는 검사의 모습 뒤로 인간적인 검사의 리얼한 생활상을 다룬 이야기야."
"....!"
"아! 그렇구나!"
"와~! 검사 얘기면 완전 재미있겠다."
"그, 그래... 역시 너희들은 이해도가 높은 아이들이구나! 똑똑하다. 자, 그럼 이제 재판을 진행해볼까?"
"어? 아줌마! 저 학원가봐야 해요."
검사 역을 맡은, 친구의 옷깃을 잡았던 아이가 공손하게 말했다.
"저도요!"
변호사 역을 맡은, 친구의 옷깃을 잡았던 아이 역시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우르르 인사를 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역시, 아이들은 리셋이 빠르다. 그래도, 이로 인해 싸움이 진화됐으니 다행이지. 뭐.
아이들이 떠나고 나니 <독점>이 썰렁~해졌다.
다시, 책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