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6. 세대 공감을 위해선 만화 만한 게 없지!
"요즘 뭐 봐?"
갑자기 궁금해서 물어봤다.
다솔이와 아이들은 신나게 놀다가 내 물음에 역으로 물음표를 달았다.
"아니, 집에서 쉴 때 뭐 보냐고?"
"쉴때가 있나?"
"나는 학원갔다가 집에 가면 밤 9시 되면... 숙제 하고, 공부 하고 그러다가 자는데?"
"나도."
"나도."
"응...? 왜 이렇게 빡시게 살아?"
"에휴... 아줌마가 또 속편한 소리 하시네."
"아줌마 말고 언니."
"학교에서 수업 들은 후에 선행 학습 해야 하잖아요. 중학교 올라갈 때 적응 빨리하려고. 그리고, 줄넘기 배워야 하죠. 자전거 배워야 하죠. 운동은 하나쯤은 배워야 해서 저는 발레 배우고, 다른 친구들도 뭐 배울 걸요. 그리고 수학, 영어 학원 가고, 문해력 키워야 해서 독서 교실도 가고... 하루가 바쁘다고요."
"와... 거짓말."
진짜 거짓말 같은 스케줄을 들어버렸다.
나는 어땠지?
내가 어렸을 때에는, 선행 학습이라는 게 크게 유행하지는 않았다. (있었는데 나만 안했나?)
어릴 때 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하고 기본 놀이터에서 한 시간 정도 놀아줘야 한다.
구름 사다리에서 묘기 대행진 좀 펼쳐주고, 근처 방방 기계에 가서 방방 좀 타준 다음에 뽑기까지 하면 완벽하다. (뽑기를 원없이 먹기 위해 이 때부터 나는 친구들과 50원짜리 계를 부었다.)
그리고 나서 저녁 6시가 되면 다들 저녁 밥을 먹으로 집으로 간다.
나 역시 집으로 향한다. 집에 가서 TV를 켜고 어린이 방송을 보기 시작한다.
내 기억에 우리 때에는 모든 채널에서 5시에서 6시 사이가 어린이 방송 전용 구간이었다.
만화도 방영하고 인형극 드라마도 방영했다.
(놀랍게도 인기가 좋았다. 어? 다들 언제적 인간이야?라고 생각할테지만, 80년대생 인간임)
나는 어릴 때 어린이 방송 전용 구간을 절대적으로 사수 했다!
그렇게 수 많은 만화들을 봤다.
평일 뿐만 아니라, 일요일 오전 9시 역시! 만화를 방영해준다.
이 당시에는 투니버스가 없었기 때문에 방송 스케줄에 맞춰 우리가 움직어야만 했다.
저녁 식사 후, 집 근처에 사는 친구들과 2차 친목 모임을 한 뒤,
집에 와서 저녁 9시에 조신하게 딥슬립을 했다.
학원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랬는데...
"그럼, 만화같은 건 봐? 아기 상어 뚜루뚜루~"
"에휴. 그건 어릴 때 다 봤죠."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그것도요. 이러니까 아줌마 소리 듣는 거예요."
"아..."
드디어 알게 됐다. '아줌마'라는 호칭의 비밀. 젠장! 분하지만 반박할 수 없군.
"나 때에는 지인짜~ 만화 많이 봤는데. 세일러 문도 보고, 시간 탐험대도 보고, 달려라 하니, 검정 고무신, 날아라 슈퍼보드, 피구왕 통키...."
Aㅏ...
신나서 랩하는 나와 달리, 당황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야 말았다.
스탑 플리즈. 그 멀멀한 표정 붙잡아 주겠어?
"우리, 세대 공감이 필요하겠어! 너희에게 이 만화를 추천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