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6-1. 다시봐도 재미난 만화책 <베르사유의 장미>
"오! 만화책이다!!"
다솔이의 한 마디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여기 만화책도 팔아요?"
"그러엄~ 만화책도 책이잖아. 내가 팔고 싶은 책은 다 팔아."
"와! 대박! 그럼 신청해도 되요?"
"응. 종이에 적어서 제출하도록 해. 검수 후에 통과된 책들은 여기에 진열될 것이야."
"와!!!!"
"근데, 이 만화책은 그림체 왜 이래요?"
"구려!"
"엥??? 구리다니. 이 영롱한 눈빛을 누가 구리다고 한 거지?"
그럴 수 있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놀랍게도 1972년부터 1973년 일본의 한 잡지인 <마가렛>에서 연재했던 만화이다.
나는 <베르사유의 장미>를 어린 시절 만화로 먼저 접했다.
그 당시 꼬꼬마였던 나는 내용은 알바 없었고 오스칼과 앙드레, 그리고 마리앙투아네트의 서사에만 빠져있었다.
본 시간에 본방사수를 하며 동시에 녹화를 했고, 학교 등교 가기 전에 한 번 더 복습할 정도로 <베르사유의 장미>에 빠져있었다.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었고 수 많은 엔터테인먼트에 치여 살다가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랬는데! 이게 완전판이라는 이름으로 리뉴되어 나왔다. 그럼 어떻게 해?
당연히~ 추억을 곱씹으면서 봐주는 수 밖에.
완전판의 표지가 고급지긴 하지만, 주인공들의 이미지가 없는 것이 몹시 아쉽기는 하지만,
매 권마다 작가가 일러스트를 와구와구 넣어놓았다.
처음엔 그림체 적응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다보면 빠져든다.
계속 보면 오스칼이 진짜 잘 생겼고 마리앙투아네트는 진짜 예쁘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1755년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일어난 일을 모티브로 그려진 만화다.
모든 내용은 실화이지만, 주인공인 오스칼과 주변인은 허구다.
이럴 경우는 실화에 허구를 섞다보니 스토리에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거나, 괴리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오스칼은 제대로 녹아든다. 마치 실존 인물인 것처럼 말이다.
"마리앙투아네트 알아요!! 사치로 나라 말아먹고 목 철컹 했잖아요."
"진짜?"
"응! 엄청 예뻤는데, 프랑스 국비를 예쁨에 다 써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서 결국 죽었다고 역사 책에서 봤어."
한 아이가 어깨를 으쓱으쓱하며 말했다.
"오~! 잘 알고 있네. 그 내용이 여기에 그대로 담겨져 있어. 너는 아주 재미나게 볼 수 있겠다."
"뭐 그럴 수도 있죠!"
만화책이라고 해서 가볍게 보면 안된다.
물론 가볍게 봐도 되는 만화책도 있지만, 이렇게 역사적 스토리를 담은 만화책드도 있다.
심지어, 스토리 상 필요한 부연설명을 아주 친절히 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가끔 만화에 글이 넘쳐나는 현상을 마주하기는 하지만 그 또한 스토리에 몰입하다보면 가뿐하게 넘어갈 수 있다.
스토리는 요즘 시대에 딱맞게 엄청 빠르게 진행된다. 그렇기에 순식간에 9권까지 정주행 가능하다.
나는 순식간에 읽어나가다가 한 부분에서 허거걱했다.
마리앙투아네트와 실존 인물들이야 죽임을 당하거나 죽는다는 건 사전에 알고 있었으나...
그들보다 더 먼저 오스칼과 앙드레가.... !!!
실로 너무 허망하게 죽어서 더 슬펐다.
귀족으로 태어나 귀족의 삶을 살아가면서 민중의 삶을 바라보며 연민하고, 아파하던 오스칼.
그런 오스칼에게 소신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제시해주는 주변인들.
그리고 소신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이들까지. 모두 다 세드 엔딩이다.
독자에게는 애정에 마지않았던 인물들이 모두가 죽었으니 세드 엔딩이지만, 그들의 생이 끝났다고 해서 그 삶이 세드 엔딩일까?
하나의 발자국을 남겼음에 세드 엔딩이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급작스럽게
깊은 사유를 하게 되는 <베르사유의 장미>였다.
"근데! 이거 나 넷플에서 봤는데?"
"맞아!!! 최근에 다시 새단장하고 나왔어. 물론... 깊이감이 떨어지고, 그림체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과거의 작품과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지."
"과거 만화는 어디서 보는데요?"
"티빙! 넷플에는 신작, 티빙에는 구작이 있으니까 골라보는 재미가 있겠네~ 둘 다 보는 집은 행복하겠다."
"그럼, 이 만화책 안 사볼 거 아니에요. 다 만화로 보면."
"음... 것도 그렇네. 근데 뭐 나도 넷플, 티빙 다 봤는데 뭐. 글구 만화책 좋아하는 사람은 애니 맛과 만화책 맛 달라서 둘 다 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