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8. 폭염과 함께 찾아온 친구
"어서오세요!"
"와... 너무 더운데, 에어컨 안 켜?"
친구의 <독점> 첫 방문, 첫 마디였다.
"덥지? 에어컨 이미 틀어져 있어~ 조금 있으면 시원해질거야."
"아니~~!! 더 빵빵하게 틀어야지. 아이 추워~~할 정도로!"
"아이 추워~할 만한 얼음 물 줄테니까 진정해."
"응. 그거라도 내 놔봐."
나는 더워하는 친구에게 차가운 얼움물과 함께 부채를 건넸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부채질을 하면 시원함이 배가 되기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습하게 더운 날 친구가 책방을 찾았다.
특히나, 더위를 유독 더 많이 타는 친구여서 에어컨 온도를 조금 더 낮췄다.
(사실, 나는 좀 추워서 온도를 높여 놨는데 다시 춥게 생겼다.)
"야, 에어컨 빵빵하게 틀 돈이 없는 거야? 내가 오늘 책 플렉스 할게~ 에어컨 좀 빵빵하게 틀어봐."
"이미~! 널 위해 이미 빵빵하게 해 놨습니다. 조금만 진정해주세요 친구님. 네가 아마 책방 찾느라 고생해서 더 더운 걸지도 몰라. 어떻게, 얼음물 한 잔 더 줘?"
"응. 그거라도 내 놔봐."
친구는 두 번째로 준 얼음물 역시 받자마자 원샷했다. 그리고는 얼음을 으드득 으드득 부셔 먹었다.
"너 혼자 있을때에는 에어컨 안 켜지? 너 더위 안 타잖아?"
친구가 말했다.
"그치, 나는 사실 더위를 잘 타지는 않는데... 책방은 내 것이기도 하지만 손님들의 공간이기도 해서 손님들의 쾌적함을 위해 틀어놓지~"
"오~~~ 손님들을 위한 배려~~!!!"
"그리고 오늘같이 습한 날은 책 건강을 위해서라도 제습 기능으로라도 틀어놔야 해. 아니면 창을 활짝 열어야 하는데... 그건 쉽지 않거든."
"책 건강?"
"응! 책이 좋아하는 적정 온도도 있어. 18도에서 20도 사이! 습기가 많은 곳에 두면 곰팡이가 생기기도 하고. 그래서 조선시대 선조들의 책방은 창이 아주 시원하게 뚫려 있다고. 게다가, 볕 좋은 날에는 책을 꺼내 밖에다가 내 놓았다고 하더라고."
"허~ 책방 주인 되더니만 책에 대해서 빠삭하네! 근데 책이 많지도 않은데 책 온도까지 배려 해야 함?"
"맞지! 하지만, 몇 권 없는 책도 책권이라는 게 있잖아. 인권이라는 게 있듯이. 책권을 보호해줘야지."
"지랄도 풍년이다."
"고마워. 친구야. 근데 책방 처음 온 날 에어컨 타령만 하는 게 바람직한 친구일까?"
"아 맞다! 나 여기 처음 왔지. 일단, 둘러보자...라고 하고 싶지만, 이게 다네?"
"응. 그게 다야. 그냥, 앉아서 수다나 떨고 가."
"응. 그러려고. 이건 선물."
친구는 첫방문 기념으로 책방들이 선물을 나에게 주었다.
선물은... 레트로풍의 선풍기였다.
"오!!! 예쁜데?"
"너 분명 부채질만 하고 살 것 같아서 이렇게 예쁘장한 선풍기를 준비해봤어. 책방 인테리어로 써도 될 것 같고."
"진짜네~ 너무 맘에 든다. 첫 개시를 너님에게 해드림."
"관대한 배려에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아유~ 우리 손님께서는 몸 적정 온도에서 1도만 올라가도 분노하시니까. 지금도 봐봐여. 그러니까 온도를 낮춰드려야지."
"고오맙습니다. 내가 사준 선물을 내가 먼저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너의 온도를 짜게 식힐 수 있는 걸 또 드리겠네~"
"뭔데 뭔데?"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이번 주 독점에서 소개하는 책을 친구에게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