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8-1. 제 언어의 온도는 마이너스에요. 바닥이죠.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요? 글쎄요.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났다면 '말 온도'가 너무 뜨거웠던 게 아닐까요. 한두 줄 문장 때문에 누군가 당신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았다면 '글 온도'가 너무 차갑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요.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과 문장에 호흡을 불어넣으며,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곱씹어 읽어주세요. 그러면서 각자의 언어 온도를 스스로 되짚어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언어의 온도> 서문
책 <언어의 온도> 서문에 적힌 저자의 글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서문을 펼쳤다.
나에게 있어 늘 좋은 책들은 항상 서문에서 책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는 것이다.
이 책 역시 그랬다. 그 어떤 요약본보다 저자의 서문이 이 책의 전부를 말해주고 있다.
"와... 에어컨으로 온도 낮춰달랬더니, 책으로 온도를 낮춰라? 참 고운 친구일세."
"그치. 너의 고운 말에 너의 말 온도는 1도 낮아졌어."
"허허. 근데, 이 책을 왜 고른 거야?"
내가 이 책을 왜 잡게 되었더라?
나는 기분이 책구매로 이어지는 편이 강한 편이다.
최악의 인간 때문에 기분이 구렸을 때 산 책이 <최악>이라는 소설이었고,
발암 물질과 일할 때에 산 책이 <분노 유발의 심리학>이라는 책이었다.
뭔가 빡쳤을 때 책을 많이 산 기분이다.
점잖은 기억을 찾아보자면,
내 글 실력이 너무 형편 없다고 생각했을 때 글쓰기 관련 책들을 와구와구 사 들였고,
내가 쓰는 단어가 옹졸하다 느꼈을 때, 그 때 이 책을 잡았다. <언어의 온도>.
당시 나는 많고 많은 단어들 사이에서 편식하듯 쓰던 단어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고, 그렇다보니 언어의 온도가 우수수수 떨어졌다.
내 이런 고민을 어찌 알았는지, 책들 사이에서 보랏빛 책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참 책이... 색상도 곱지만 (지금은 리뉴해서 보랏빛이 아닌 하얀 색에 동그라미와 세모 그림이 있는데 - 이건 책 속 내용을 모티브로 한 것 같기도? 하지만, 보랏빛 책이 더 좋다는...) 그 안에 쓰여진 글들도 참 고왔다. 그리고, 글을 쓰는 저자의 마음도 고왔다.
나였으면을 수차 대입하며 책을 읽었다.
나는 사람을 관찰하는 걸 참 좋아한다. 저자도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왜 그가 바라본 세상은 착하기 그지 없는지...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참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다.
책은
말 言, 마음을 세기는 것
글 文, 지지 않는 꽃
행 行, 살아있다는 증거
이렇게 세 파트로 나뉘면서 그에 걸맞는 글들이 차곡차곡 책을 채워나갔다.
말의 에피소드는 대부분 주고 받는 이야기, 들은 이야기, 목격한 이야기들이다.
그 안에서 말이 지닌 힘(파워보다는... 음, 명언... 아... 역시, 옹졸한 내 언어구사력!!)을 부드럽게 보여준다.
글의 에피소드에서는 마주한 상황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행의 에피소드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영화 스토리에 견주어 설명되고 있음을 느꼈다.
파티션은 이렇게 나눠졌지만, 저자가 말하는 '언어의 온도'의 중심 축은
사람이 사랑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
그게 바로, 삶이 아닐까?
<언어의 온도> 122p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사람, 사랑, 삶이다.
어제는 노트북을 켜고 '사람'을 입력하려다가 실수로 '삶'을 쳤다. 그러고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람'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중략)...
새 단어가 닮아서일까.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사랑이 끼어들지 않는 삶도 없는 듯하다.
<언어의 온도> 121p
저자는 <언어의 온도>에 자신의 모든 '열정의 온도'를 쏟아낸 듯 하다.
그렇다보니, 책 속 에피소드 중 하나가 <언어의 온도> 책을 쓰는데 집중하다 결국 몸에 탈이 났다는 것이었다.
독자들에게 적정한 '언어 온도'를 맞춰주기 위해 노력하다가 자신의 몸 온도를 놓쳐버린 것이다.
뭔가, 이 에피소드가 웃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독자들에게 적정한 '언어 온도'를 찾아준다.
또한 이 책을 읽노라면 내 몸 또한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게 된다. 평안해지는 것이다.
"진짜, 언어의 온도가 장난 없어! 게다가 몰랐던 단어의 어원들도 알게 된다고. 좀 유식함이 오르는 듯!"
"헐~ 유식해진다니 솔깃! 근데 너는 그 책을 읽었으면서도 언어 구사능력이 나랑 비슷한 것... 무엇?"
"맞아요... 한 번 읽어서 되겠습니까? 읽고 또 읽고 반성하고 또 반성해서! 언어의 온도를 높혀야지. 암암! 근데 너도 높힐 필요가 있다~ 그래서 모다? 너도 이 책이 시급하다."
"선물인가요?"
"아니요. 사주세요. 고갱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