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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 Oct 13. 2022

職場생활

職場생활에서 스트레스는 기본값입니다.

따님.

오늘 하루도 무사했나요? 좀 이상한 인사이지요. 따님에게 빗대어 저에게 보내는 안부입니다. 오늘 나의 직장생활은 어땠는지. 오늘 저는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마음으로 퇴근을 했습니다. 이 정도면 아주 성공적인 하루를 보낸 것이죠. '오피스 혈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직장생활은 때로 전쟁을 치르는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이해와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일'을 전쟁처럼 하기도 하고, '일이 아닌 것'으로 심한 감정노동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깊은 상처를 받기도, 주기도 합니다. 직장은 먹고사는 일을 해결해 주고, 나의 역량을 개발하여 커리어를 완성시켜 주는 대신에 만만치 않은 대가를 요구합니다.


항간에는 요즘 젊은 친구들의 직장생활이 옛날 사람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젊은 친구들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조직은 기본적으로 위계적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단번에 순결한(원래의 제안 그대로)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업무를 수행하는 데서 오는 온갖 갈등과 번민은 세대가 달라진다고 해서 단박에 달라지지는 않지요. 직장상사와 동료들과의 관계는 종종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더 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따님에게 묻곤 했어요. '하는 일은 즐거워?'.  '회사에서 괴롭히는 사람 없어?' 그때마다 따님은 한결같이 말했어요. '응, 좋아. 괜찮아'. 백 퍼센트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말에 안도했습니다.


후배들이 직장생활의 스트레스에 대해 상담을 해올 때가 있어요. 뾰족한 답을 줄 수 없는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조직은 없어요. 그 스트레스 값으로 연봉받는 거예요'. 그들은 말하죠. '그럼 저는 지금 연봉의 열 배를 받아야 해요'. 그 말에 함께 웃고 나서 우리는 다시 일을 하러 가요. 후배들과 제가 나눴던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일>

일단, 일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잘 모르겠으면 선배를 잡고 배워야 해요. 물론 친절하게 업무를 안내해 주는 선배도 있지만 직장이 학교가 아닌 이상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업무 가이드를 해주는 선배가 없을지도 몰라요. 그럴 때는 선임자가 했던 문서를 찾아보고, 업무의 성격과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익혀야 합니다.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점을 체크하고 현재의 상황에 맞게 업무를 처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일을 잘하려고 하는 태도는 일견 조직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의 역량을 계발하는 지름길입니다. 조직의 자원을 활용해서 나의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죠. 조직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배우고 나가야 해요. 그것이 조직에도 개인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야 줍니다. 조직에 충성하라는 말을 교묘하게 다른 말로 포장하는 것 같다고요? 아닙니다. 일을 하는 의도와 목적이 나로부터 비롯되느냐, 외부로 부터 비롯되느냐 하는 문제를 말한 것입니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성취감 이외에도 '간혹' 외부의 인정이 부산물로 따라오기도 합니다. '간혹'을 강조한 이유는 조직에서는 내가 한 일의 성과가 곧바로 나의 보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화 나는 일이죠. 많이 화가 나요. 성과가 나오기까지 내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 소리 높여 말하고 싶지만, 사실상 이런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냥 참고 넘어가거나, 주변 사람들을 붙들고 투덜거리는 일로 조직의 불합리한 성과보상체계에 대해 화풀이를 합니다. 웬만하면 동료들에게 투덜거리지 말아요. 그들은 이 성과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다 알고 있어요. 대신 조금 용기를 내서 담담하게 수혜를 입은 상사(선배)에게 이야기하세요. 이 일을 하면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어떤 즐거움을 느꼈는지를요. 그리고 좋은 성과를 내서 기쁘다고 말하세요. 사실이잖아요.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라고요? 뭐, 내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죠. 연기한다고 생각하고 한 번 해보세요. 상사(선배)는, 아니 조직은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을 만만하게 보지 못합니다.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사람>

직장생활의 고민을 토로할 때 사람들은 종종 말해요. '일이 어렵냐, 사람이 어렵지'. 많은 직장인들이 사람 때문에 피폐해지고 급기야는 퇴사를 합니다. 직장에서 겪는 관계 스트레스가 힘든 이유는 매일매일 그들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조직의 위계가 개입되어 있을 때에는 일방적인 감정 폭격도 일어나지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직장생활에서 사람과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이런저런 처방책을  내놓은 자기 개발서들이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이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계속 이런 갈등상태로 살아가야 하나요? 애석하게도 조직을 떠나지 않는 한 계속 그런 상태로 살아가야 할 겁니다. 다만, 특정한 누군가를 내 마음속에서 구석으로 몰아낼 수는 있을 겁니다. 나를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내 마음속에서 아예 자리를 빼앗아 버릴 수도 있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매일매일 조금씩 그의 자리를 구석으로 밀어내는 것이죠. 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도록, 나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그것을 어떻게 하냐고요? 갈등을 일으키는 관계의 양상을 잘 살펴 조직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요즘에는 조직 내 갑질 근절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부조리한 관계를 조정하는 절차도 마련되어 있구요. 이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어려움이 심각하게 나의 내면을 자극하고 짖누르고 있다고 판단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보통의 직장인이 상사 혹은 동료를 고발하거나 적지 않은 값을 지불해야 하는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선택하기는 어렵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야지요. 매일매일의 일을 기록하며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을 갖는다든지,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내서 몸의 건강을 마음의 근력으로 연결한다든지 하는 것으로요. 저는 사무실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는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나씩 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직장생활로 내가 구겨지지 않도록 나를 반듯하게 펼 수 있는 회복의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스트레스를 잘 다룰 수 있으니까요. 참신한 해결책을 드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직장은 사람들과 친교를 나누러 오는 곳이 아닙니다. 사람들 간의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위로를 주는 것도 사람이라는 말이 조금 위안이 될 수 있을까요?


<... 그리고 미래>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죠. 열심히 공부해서 기존의 사회체제에 편입하여 정년까지 한 직장에서 일하는 것을 목표로 살았던 시대를 살아온 저는 입사와 퇴사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젊은 친구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습니다.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젊은 친구들에게서 자신의 '직업'을 직접 디자인하는 주도성을 봅니다. 많이 부러워요. 굳이 기존 체제에 편입하려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능력과 개방적인 태도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현재의 사회구조가 나의 생각과 가치를 담아내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일을 돈벌이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구현하는 행위로 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이런 시각 차이 때문에 따님(세대)과 저(의 세대)의 직장생활에 대한 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고요. 버티고 견디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 세대가 조직에 기대기보다 독자적으로 일하는 세대에게 앞서 한 이야기는 쓸데없는 잔소리일 수도 있겠어요. 그래서, 저의 이야기가 따님(따님 세대의 친구들)에게 닿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쪽에서 저쪽으로 빨리 건너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토닥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요 따님. 이쪽에 있는 저는 배우고 싶어요. 퇴직을 앞둔 시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잘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직장에 다니기' 보다 '일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그쪽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동참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가르침을 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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