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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바다 Jan 26. 2021

우리 안에는
모두 기생충이 살고 있다.

영화 <기생충> 우리가 계속 가난한 이유는





부자는 왜 계속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왜 계속 가난한가?

그들이 가난한 건 단순히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다 능력과 계획이 있었지만 그 능력을 발휘할 기회와 운이 계속 시의적절하게 오지 않아서였다. 열매가 달라지길 바란다면 뿌리가 먼저 달라져야 하는데, 그 뿌리는 다름 아닌 우리 내면 깊숙이 프로그래밍되어있는 무의식을 말한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말과 행동도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무의식으로부터 흘러나온 것이다. 무의식이 의식에 끼치는 지대한 영향 때문에 우리의 삶은 알게 모르게 각자의 무의식이 시킨 대로 수동적으로 따라온 셈이었다.


부잣집에 태어난 자는 자동적으로 부자 마인드로 무의식에 프로그래밍되었기에 부자가 되기 쉬웠으며 가난한 집에 태어난 자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난의 마인드로 무의식에 각인되었기 때문에 더 쉽게 가난했던 것이다. 이처럼 어린 시절의 기억과 과거의 경험은 무의식에 차곡차곡 저장되어 현재의 불행과 행복을 결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세상에 살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 사실 우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기택은 냄새나는 '과거'를 스스로 벗어나지 못해서 반지하에서 지하로 더 깊이 내려갔지만 기우는 가족의 재앙을 몰고 왔던 '과거'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높은 산에 올라갔다. 기우는 수석을 원래 있던 자연 상태인 물속에 되돌려놓고 자신의 '과거'를 흐르는 물에 정화했다. 반지하에서 지하로 더 내려간 아버지와 달리 기우는 높은 부잣집이 잘 보이는 더 높은 산으로 올라가서 모든 것을 다 내려다본 뒤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기우는 이제 '과거'를 정화하고 현재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감을 체험함으로써 그의 무의식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다시 프로그래밍할 수 있었다. 현재의 의식을 발견함으로써 끊임없이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과거'의 무의식으로부터 깨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우가 끝내 자신의 꿈을 이루었냐, 이루지 않았냐의 결말을 이제 더 이상 중요치 않다. 기우의 생생한 상상처럼 이미 미래를 현실로 선물 받은 것 같이 생각될 때, 당장의 결과보다는 꿈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가슴 뛰는 과정으로 삶 속에서 차곡차곡 실행되어 갈 때, 그때부터 진짜로 계획이 무계획처럼 일이 풀려나가기 때문이다. 파괴적이지 않고 긍정적이며 건설적으로, 이기적이지 않고 건강하고 조화롭게.


그러기에 우리도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과거로부터 뿌리내린 깊은 무의식을 찬찬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모든 가난한 자가 모두 다 가난하게 생을 마감했던 것은 아니었듯 무의식과 의식이 평화적으로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우가 영화에서도 보여줬듯이 자신의 무의식을 먼저 정화하는 것, 그것은 자신의 과거를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무의식에 대한 이해는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이며 진정한 자기 용서와 사랑의 길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 뻔히 알면서도 불행을 선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그것들의 원인이 다름아닌 자기 안에 있는 무의식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맥락 없이 불안하고 이유 없이 두려울 때 조차도 무의식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깨어있는 의식으로 현재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는 이 행위는 과거의 유물인 수석을 순수한 물에 정화하는 작업과 같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의 진정한 집주인이 되어서 자신이 원하는 진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렇듯 무의식의 정화가 필수적이다. 누구나 다 자신 안에는 의식과 삶을 갉아먹으며 살아가고 있는 결핍과 두려움으로 프로그래밍된 '무의식의 기생충'이 저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으므로.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삶은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 우리는 이걸 '운명'이라고 부른다." -칼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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