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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바다 Jan 26. 2021

색즉시공 공즉시색

우리는 매트릭스를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은 삶 그 자체이므로.

매트릭스 1,2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프로그램된 매트릭스이고 하나의 환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매트릭스는 방 안에도, 창밖에도, TV 안에도 있고, 출근할 때, 교회에 갈 때, 세금을 낼 때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만지는 소파, 친구와 동료, 가족과 직장이 모두 가짜라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래서 모피어스가 건네준 빨간약과 파란 약 중에서 네오는 진실의 빨간약을 스스로의 자유의지로 선택을 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네오였어도 주저 없이 빨간약을 선택했을 거 같다. 편안하고 안락한 허상보다는 불편한 진실이 더 궁금하고 알고 싶으니까.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다는 감정은 실존에 대한 위협처럼 느껴지고 이 세상이 진짜가 아닐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우리를 외롭고 고독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2편에서는 우리가 선택한 이 빨간약과 진실마저도 또 하나의 매트릭스이고 우리가 옳다고 믿고 있는 신념과 이념, 종교, 진리마저도 또 하나의 환상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을 선택한 우리의 자유의지도 실은 프로그램의 일부로 우리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아키텍트는 폭로한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네오는 아키텍트의 방에서 자신을 희생하여 시온의 인간 몇 명을 구원해야만 했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하지만 네오는 자신의 프로그램 개발자의 명령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사랑하는 한 사람, 트리니티를 선택한다. 이번엔 진짜 자유의지로.


매트릭스 3 

3편에서 네오는 결국 기계와 인간은 결국 서로 다르지 않았고 서로 배척 또는 척결해야 할 대상이 아닌 공존, 화해해야 할 대상임을 깨닫게 된다. 예전에 내가 불교에 심취했을 때 가장 좋아했던 경전이 반야심경이었다. 그것의 핵심 사상은 '색즉시공 공즉시색'인데,  공이란 아무것도 없는 상태지만 동시에 가득 차 있는 상태를 말한다. 형상이 사라진 텅 빈 공간에 순수 질료인 무형만이 남는 것이다.  Matrix란 자궁, 모체, 기원 등을 의미한다. 모든 존재의 기원은 무(無)인 공(空)에서 나왔으므로 공(空)이 곧 Matrix(기원)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이 기계 사회의 배터리로 사용되기 위해 기계의 Matrix(모체)에 들어가 가상현실 프로그램인 색(色)을 경험하였으므로 색(色)도 Matrix(모체)라고 볼 수 있다.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다.'는 뜻이다. 즉 물질세계(色)와 본질의 세계(空)가 다르지 않고, 색(色)과 공(空) 모두 같은 하나의 매트릭스였다는 사실이다. 네오가 가상 매트릭스 안에서 쓰고 다녔던 색안경도 벗고, 현실 매트릭스에서 두 눈마저도 잃었을 때 비로소 편견과 분별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를 보게 된다. 색(色)과 공(空)이 본질적으로 같듯이 인간과 기계가 차별 없이 같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때 그가 원한 건 기계로부터 인간의 해방도 아닌, 기계와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과 사랑이었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 앞에 펼쳐진 매트릭스라는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종교, 신념, 정치, 이념, 교육이라는 색안경을 항상 쓰고 다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려운 것이다. 마치 빨간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고 있는 모피어스의 맹신처럼 우리가 지금 색안경을 끼고 있다는 사실도 여전히 모른 체 말이다. 우리는 이제 빨간약과 파란 약의 이분법에도 넘어서서 진정한 화해와 공존을 위해 연대해야 함을 안다. 자연과 인간, 여자와 남자, 진보와 보수, 자아와 세계, 물질과 본질, 공과 색, 매트릭스 안의 나와 밖의 나.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매 순간 깨어있어야 한다. 우주의 '드러난 세계'와 '감추어진 세계'가 다르지 않음을 인식하면서 분리되지 않는 세계의 전체성 안에서 '관찰자'에서 '참여자'로 참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주 만물과 연결되어 있다는 양자 이론은 우리 역시 창조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이 세상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 목소리를 통해 사랑과 치유와 평화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거다. 네오가 그렇게 했듯이, 기계 세계의 피조물이 아닌 같은 조물주의 입장으로 말이다.





우파니샤드 구절(Matrix OST의 일부 가사)

지식과 무지를 모두 아는 자만이 죽음 너머를 통과하여 불멸에 이르리라. 브라흐만 위에 하늘과 땅, 그 사이의 모든 것과 마음과 육체가 다 짜여졌다. 공허한 말들은 치워라. 불멸을 가로막을 뿐이다. 감각 위에 의식이 있고 의식 위에 순질이 있고 순질 위에 아트만이 있고 그 위에 최상의 미현현이 있다. 만물 위아래에 머무는 브라흐만을 깨닫는 순간 마음을 얽어매던 매듭이 풀리고 모든 의심이 사라지며 모든 속박에서도 벗어나리라. 오감이 고요해지면 마음도 고요해지고 이성도 고요해지니 가장 높은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 즉 우리의 의식을 이해하는 날 우주 역시 이해하게 될 것이고, 우리와 우주 사이의 분리는 사라질 것이다." -물리학자 아밋 고스와미-



#매트릭스 #디바인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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