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우리 사랑

by 평일

꽤나 긴 꿈을 꿨던 거 같아요.
나는, 해가 막 지려고 하는 어스름한 곳에 있었죠. 벌레가 몇 마리 꼬여있는 가로등도 두세 개쯤 보였고요.

왠지 모르게 그 넓은 공간에 나 혼자만 덩그러니 있더라고요.
반팔만 입고 있어서 조금 추워 보였지, 그다지 적적해 보이진 않았어요. 다들 아시잖아요, 요즘 10월치고는 말도 안 되게 추운 거.
내 모습을 삼인칭으로 보고 있는 나는, 처음엔 몇 가지 의문점이 들었죠.
왜 꿈을 삼인칭으로 꾸고 있는지, 여긴 어딘지, 시덥지 않은 생각들을 하다가 꿈에 조금 익숙해질 때쯤에는 옛날 생각들이 떠오르더라고요.
뭉뚱그려 말했지만 사실 그 사람 생각을 했어요.

후회 같은 덜 익은 감정은 없었고, 오히려 차분하고 이성적이었죠.
왜 우린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멀어져야만 했는지, 나는 왜 그 사람한테 그렇게 이기적으로 굴었는지, 그럼에도 우린 왜 그렇게까지 했었는지 이런 것들 있잖아요.
이상하게 평소에는 답을 내려고 해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던 것들인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쉽게 정답을 알 것 같더라고요.
내가 제일 사랑했던 사람은 나였어요. 아마 그 사람도 그랬겠죠.
나는 이걸 인정하지 못했었고, 그래서 젊은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잔인했었나 봐요.

별 수 있나요. 내가 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끝까지 이기적이었어서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없는데. 꿈에서 깰 때까지 혼자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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