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가 J에게로; 회신함

by 평일

오랜만이네, J.
편지는 잘 받았어. 네가 편지를 썼던 날이 좋았던 것과는 다르게 오늘은 눈이 오고 꽤 춥네. 빙하기가 다시 오려나봐.

글쎄 네가 무슨 말을 전해야 할까. 좋아, 먼저 네가 물었던 꽃에 대한 답변이 먼저 해야겠지. 내가 너였다면 꽃을 사지 않았을 거야. 그렇다고 해서 꽃을 사는 사람들이 야만적이라고 생각지도 않지.
그렇잖아, 꽃을 쉽게 꺾어 꽃병에 꽂아 놓는 사람이 스테이크를 먹는 행동은 야만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꽃을 함부로 꺾는 건 야만적인 행동이라고 느끼지만 스테이크를 썰어 와인과 곁들어 먹는 건 낭만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원래 낭만과 야만은 한 글자 차이라고.

지금쯤 네가 샀던 백합은 말라죽었겠구나.
하지만 J, 나는 네가 꽃을 말라 죽였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너라면 분명 꽃을 잘 말려뒀겠지. 그게 당신의 낭만이잖아, 몇 푼 안되는 돈으로 생명을 사는 게 당신의 낭만이 아니라.
역시 나는 기분 나쁠 정도로 당신을 잘 알고 있네.

혼자 꽁꽁 얼어있을 거라고 통보하는 너는 끝까지 이기적인 새끼구나.
물론 나는 네 그런 이기적인 모습을 제일 좋아했었지만 말이야.
앞으로 편지는 남기지 않아도 좋아. 그리고 굳이 내 행복을 빌어줄 필요도 없어. 나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너의 겨울이 조금은 따뜻하길 바라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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