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간단한 고찰

5살

by 평일

저는 어렸을 때에 대한 기억을 많이 가지고 사는 편은 아니에요.

아니 어쩌면 가지고 있는 기억보다, 남아 있는 기억이 몇 개 없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럼에도 기억나는 건 어렸을 때 나는, 라이온킹을 하루에도 세 번씩 돌려볼 만큼 무척 좋아했었어요. 하지만 무파사가 죽는 장면은 몇 번을 봐도 눈을 질끈 감고 제대로 보지 못했죠. 세 번째 라이온킹이 끝나고, 밤에 잠이 들기 전, 나는 무엇을 무서워해야 될지 모른 채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엄마한테 물었죠.


엄마 죽는다는 건 뭐야?

하늘로 올라가는 거지, 올라가서 별이 되는 거야.

그게 뭐야, 엄마가 하늘로 올라가면 나는 땅에 혼자 있어야 되잖아.

용현이는 영리하니까 나중 되면 이해할 거야.

그냥 안 가면 안 돼?

그건 엄마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래도 엄마랑 아빠는 위에서 용현이랑 용성이 쭉 지켜볼 거야.


그때는 아주 추운 겨울이었는데, 내 귀랑 눈은 뜨거워졌고, 엄마는 나를 꼭 안아주셨죠.

맞아 엄마, 어렸을 때 나는 엄마 말처럼 꽤 영리했었나 봐. 어쩔 수 없이 언젠가는 엄마랑 아빠를 다른 무언가에게 빼앗겨야 한다는 걸 사실은 알고 있었거든. 아마 그때 나는 속으로 그냥 다 밉다는 생각을 했어.

나는 엄마 아빠를 이렇게 사랑하는데, 죽음은 사랑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걸 나도 어렴풋이 알고 있어서.

그래도 그때 엄마가 안아줬을 때 되게 따뜻하고 편했다. 두려움을 다 잊을 만큼 말이야. 아직까지 이렇게 생생하게 다 기억할 만큼 말이야.


죽음에 대한 제 첫인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꽤 따듯했네요.

뜨거워졌던 눈이랑, 안아주셨던 엄마의 체온 모두 따뜻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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