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부부

여름과 꿈은, 여름과 아이스크림만큼 잘 어울려

by 평일

오래된 코란도 안에서 등산복을 입고 아이스크림을 먹던 한 노부부를
몰래 훔쳐보았다. 내가 그 사람들을 거리에서 봤던 게 아마 9월쯤이었나. 아니, 어쩌면 조금 더 됐을 수도 있겠다. 그날은 특히 무척 더웠던 걸로 기억하니까.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웃을까.
무슨 재밌는 얘기를 하면 저 사람들은 저렇게 헤프게 웃을 수 있을까.
그건 내 꿈이다. 아이스크림과 여름 사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웃음에 박해져 가는 세상인 만큼, 그런 사람과 오래 헤프게 웃고 싶다. 함께 늙고, 늙어서도 특별히 웃긴 일 없이 웃고 싶다.
얇은 유리창 하나를 두고 꿈을 바라보고 있는 건, 바라보는 입장에서
참 기분이 묘하다.

신호가 바뀌고 차가 출발하자, 왜인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떤 모르는 노부부의 삶 위에 내 꿈을 펼쳐놓아 부끄러워서 그랬겠지만, 그냥 날씨가 좀 무더웠기에 그랬던 것쯤으로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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