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죽어버린 날에 대한 이야기
어디서부터 잘못 될 걸까
얼마 전에는 추석이라 할머니 댁에 다녀왔다.
할머니 댁에 도착하니 사촌들이 살갑게 반겨준다. 그리고 다시 작은 픽셀 조각들이 뭉쳐있는 네모난 박스에 시선을 박고는 자신들이 하던 위대한 일들을 계속해서 한다.
무엇이 그렇게 웃긴지 이따금씩 키득거리는 소리가 난다.
충전기를 꽂기 위한 콘센트를 한 개씩 차지하고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하게 설정한다.
그리고 그 어떤 사람의 침입도 심지어 자신 정해놓은 영역을 스스로 빠져가 나갈 힘마저도 잃어버린다.
웃긴 점은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도 그들과 다른 점이 한 개도 없었다는 것.
등에 식은땀 한 줄기가 흐른다.
방안을 가득 채운 정적을 깨기 위해 텔레비전을 튼다.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벽에 머리를 박고는 맥없어 죽어버린다.
그런 소리들이 애처로웠던 나는 크게 한 번 웃는다. 나의 그 어색한 웃음소리 역시 아무런 힘을 써 보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내가 기억하던 추석은 온갖 소리가 살아서 태동하던 그런 추석이었는데
거실에서는 약주를 한 잔 걸치신 어른들이 고스톱을 치시는 소리, 우리 방에서는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소리, 안방에서는 엄마, 작은엄마, 큰엄마가 펼치는 만담회.
참 많고도 다양한 소리 하나하나가 살아서 숨 쉬던 그런 추석이었는데
이젠 그 어떤 소리도 살아있지 않다.
이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은 힘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