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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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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ul 14.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하연

54.

날이 사뭇 더워졌다고 느낄 때쯤, 하연과는 감정의 교류 없이 더욱 깊고, 깔끔한 파트너 사이가 되었다.

하연은 내가 써준 원고를 열심히 잘 읽었고. 나는 하연이 읽을 원고를 열심히, 그리고 잘 써주었다. 이맘때쯤에서부터 방송부에서 진행하는 아침 라디오가 인기가 많아졌고, 덩달아 하연의 인기가 많아졌다.

여담이지만, 내 삶에서 커다란 일들은, 보통 여름에 찾아왔다. 엄마가 날 떠났던 우중충했던 여름, 할매의 까칠한 손에 이끌려 집으로 왔던 매미가 시끄럽게 울던 여름,

정아와 연애를 시작했던 여름의 끝자락, 탄이 골목에서 말을 걸어왔던 이번 여름.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긴팔에서 반팔로 갈아입을 시기가 되면, 나도 모르게 은근한 기대와, 긴장을 하곤 한다. 이번 여름은 탄을 만났기에, 기대하길 정말 잘했단 생각을 했고, 탄을 만남으로 인해, 이번 여름 이벤트는 모두 끝이 났겠거니 안심했지.

물론, 내가 하는 예상은 언제나 시원하게 빗나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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