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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un 26. 2024

24

연필

7.

연애를 안 해본 건 아니었다. 그래도 연애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세 번쯤이었을까. 다만 그 연애에도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사랑은 감정의 표현이라고 하던데, 내가 했던 건 행위의 나열에 조금 더 가까웠으니까.

개학 첫날부터 주변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하는 걸로 보아선, 저 아이는 아마 사교성이 좋은 아이인가 보다. 목소리는 꽤 높은 편이구나, 선생님이 하시는 질문에 대답을 야물게 하는 걸로 미루어보았을 때 꼼꼼한 구석이 있구나. 남들은 맡기 귀찮아하는 임시회장을거리낌 없이 맡는 걸로 보아 권력 욕심이 있는 편이구나. 이따금씩 그 아이가 옆쪽을 볼 때면, 나는 천장을 바라봤다. 천장 위에 있는 기러기 모양 문양을 6개 정도 세고 앞을 보면, 다시 뒷모습이 보였다. 그럼 나는 다시 이것저것 그 아이에 관한 것들을 추측했다.

48개. 타일 한 판에 살고 있는 기러기의 숫자다.

그렇게 7교시, 잠시 생각에 깊게 빠졌던 탓에 그 아이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고, 이어서 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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