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10.
아마 그 짧고 이상했던 문자 이후로 며칠 동안 문자를 더 하다가 전화를 했었다. 맞아. 검도가 끝나고 7시쯤. 여전히 밤에는 알싸하게 추운 날이었나. 그럼에도 나는 땀을 잔뜩 흘린 탓에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었다. 목을 몇 번 가다듬고 목소리를 내리깔았지.
-여보세요?
-뭐야?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파?
-어, 감기 걸렸어. 요즘에 일교차가 커서··· 조금만 추워도 바로 걸리더라.
-조심 좀 하지.
-그러니까.
-뭐 하고 있었어?
-집 가는 길이었어. 너는 뭐 하고 있었어.
-밥 먹고 심심해서. 전화로 목소리 들으니까 되게 어색하다.
-그러게.
-우리 학교 앞에 꽃 핀 거 알아?
-꽃 폈어?
-응, 듬성듬성 폈네.
-봄이긴 봄인가 봐.
-그런가 봐
사실은 되게 뻔한 클리셰지. 문자를 주고받다가, 전화를 하고. 전화를 해서 꽃이나 봄같이 간질간질한 이야기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