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11.
-안녕하세요. 정도영 씨 맞나요?
-아닌데요.
-이거 내 번호야. 저장해 둬.
-그래.
-뭐야, 말투가 왜 이렇게 차가워.
-그냥 어떤 말투로 대답해야 할지 헷갈려서.
-오늘 뭐 해.
-열심히 숨쉬기, 기쁘게 두 끼 먹기, 두 시 전에 잠들기.
-그럼 한 끼는 나랑 먹자.
-뭐 먹게?
-라···
-멘이면 안 먹어.
-면이면 먹어?
- ···
-차라리 라멘을 먹어.
-솔직히 너도 좋아하잖아.
-너 때문에 질렸어.
-뭐만 하면 나 때문이래.
-너가 나 데리고 일주일에 여섯번씩 라멘만 먹였는데 어떻게 안 질리냐.
-맛있게 잘만 먹어놓고.
-12시 30분까지 만나.
-그래.
-12시 30분에 나오는 거 아니고, 12시 30분까지 만나는 거야.
-또 괜히 그런다.
-거기 갈 거지?
-응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