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렌지 같은 사람이 될래

by 평일

사람들은 보드라운 알맹이로 태어나 껍질을 만들어가며 살아는 거 같아.
누군가의 따가운 말에 한 겹 더, 차가운 눈빛에 한 겹 더
상처를 주려 가시를 세우고 상처를 받지 않으려 가시보다 더 두꺼운 껍질을 한 겹 더 입곤 하잖아.

가끔 주변을 보면 밤송이같이 가시를 온몸에 두르고 사는 사람이 보여 물론 그 반대로 어떤 삶은 살아왔는지 궁금할 정도로 껍질이 두꺼운 사람들도

그런 두 종류의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가슴이 시큰해져.
껍질을 두를 용기가 없어 무작정 가시를 세워버린 사람들도, 상처에 상처를 딛고 수많은 껍질을 방패같이 버겁게 두르고 있는 사람들 역시 말이야.
가시를 두른 사람들은 남들을 찌르던 가시가 점점 자신에 몸에 깊숙이 박혀 이내 피투성이가 되고 말 거야.
껍질을 무수히 많이 두른 사람들은 알맹이보다도 껍질이 더 커져 껍질이 자신인지 알맹이가 자신인지를 잃어버릴 거고.

나는 오렌지 같은 사람이 될래.
적당히 상처받고 상처가 지난간 자리에 남은 흉터를 어루만지며 사랑할 수 있는 나는 오렌지 같은 사람이 될래
가시 같은 건 필요 없어, 물론 방패같이 두꺼운 껍질 또한 필요 없어.
맨손으로 깔 수 있지만 맨손으로 까기 힘든 적당히 두꺼운 껍질 정도만 있으면 돼.
나는, 나는 그거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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