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조

by 평일

요즘 새벽에 창문을 열어놓고 있자면 파란 새벽만큼이나 파란 색깔을 띠고 있는 공기에 놀란다. 벌써 공기가 이렇게 차가워질 때가 됐나.

온종일 공복이었던 탓에 허기가 졌던 나는 얼른 파란 새벽을 야금야금 먹는다. 늘 그렇지만 새벽은 먹어도 먹어도 허전한 맛이 있다.

새벽을 열정으로 구워 먹는 사람들이나, 새벽을 낭만으로 삶아 먹는 사람들이나, 공허함과 허전함을 다시 공허함과 허전함으로 주린 배를 채우는 사람들이나, 우울감을 즐기는 반짝거리는 도시의 어부들이나


언제나 다른 이름으로 불렸지만 새벽은 늘 실조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식사시간 아니었던가.

구워먹던, 삶아먹던, 튀겨먹던 그저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본능만 남아있는 솔직한 시간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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