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에게

by 평일

안녕, K.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아. 오래간만에 카페에 잠시 내려와서 너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남겨. 어제는 꽃을 몇 송이 샀어. 샀던 꽃이 백합이었던가.
몇 푼 안되는 돈으로 생명을 사는 건 꽤 잔혹한 일이지만, 낭만적인 일이라고 생각해. 꽃을 좋아하지만 결코 소유하려 하지 않았던 너는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꽃을 사는 모습을 보고 잔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예쁜 꽃이라며 꽃병에 꽂아놓고 정성스럽게 물을 줬을까.
네 생각이 궁금해. K.

아마 내가 산 꽃은 금방 말라죽을 거야. 내가 무언가를 보살필만한 그릇이 못 된다는 건 네가 제일 잘 알잖아. 거긴 어때. 당신은 잘 지내고 있겠지. 결코 원망은 하지않아. 네가 나를 잘 아는 만큼이나 나도 당신을 잘 아니까.

난 이제 긴 겨울을 준비할 거야.
아마 그렇다면, 내 마음도 함께 꽁꽁 얼어가겠지.
당분간 편지는 남기지 못할 거같아. 네가 행복하길 바라. 행운을 빌어.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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