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안전관리자'자격증 취득 도전기

by 종진

시작종이 울렸다. 50문항과 50분이 주어졌다. 다행히 낯익은 문제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모르는 문제는 8개였다. 끝나기 10분 전, 문제지에 체크한 답을 답안지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착각하여 잘못 표시한 답 한 개를 발견했고, 즉시 수정했다. 합격 점수는 70점 이상이다. 영식은 8문제가 모두 틀려도 84점으로 합격하리라 생각했다. 종이 울렸다. 이제 발표만 기다리면 된다. 문득, 낮에 힘들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수원역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영식은 지난해 정년 은퇴 후 새 일자리를 생각 중이다. 취업에 유리하기 위해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했다. 오늘은 마지막 5일째 교육이고, 오후에는 시험이 있다. 수원역에서 교육장까지는 도보로 30분 거리이다. 우비를 입고 10여 분 걷자,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 도착 후에는 젖은 겉옷과 양말을 벗고, 얇은 옷만 걸치고 있어야 했다.

강의실은 습도 조절을 위해 에어컨이 작동 중이었고, 설상가상 그의 자리는 에어컨 바로 뒤였다. 1교시가 끝날 무렵, 몸이 으스스 추워 왔고, 기침과 콧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수강생들 대부분 중년이고 코로나19를 경험해서 기침 소리에 민감했다. 영식은 수업시간 내내 그들의 눈치를 보며, 기침을 참느라 애썼다.


점심이 되어 컵라면을 들고 2층 휴게실로 갔다. 이미 수강생 두 명이 와 있었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은 음식점 주방에서 일을 하고, 60대 중반 남성은 일용 잡부부터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 여성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먼저 말을 꺼냈다.

“공부는 별로 하지 않았는데 걱정이에요.”

남성도 한마디 했다.

“저도 그래요. 직장도 없고, 이번에 떨어지면 가족들에게 면목이 없어요. 장 형은 어떠세요?”

“네…, 저는 혹시 떨어지면 타 지역에 가서 빨리 시험을 치를 겁니다. 공부한 것 잊기 전에, 하하….”

영식은 웃으며 대답했다. 식사 후 허겁지겁 약국에서 사 온 감기약을 한 줌 입에 털어 넣고, 오후 수업은 시작되었다. 스르르 잠이 왔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것은 눈꺼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무하게 수업은 이렇게 끝이 났다.


시험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들 사이에 긴장이 감돌았다. 마침내 합격 여부가 문자로 통보되었다. 기쁨과 아쉬움 소리가 합창곡처럼 들려왔다. 그에게도 문자가 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휴대전화를 열었다.

“축하합니다! 귀하는 금일 응시한 소방안전관리자 시험에 합격하셨습니다.”

영식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5일간의 분투였다. 낮에는 소방 교육, 밤에는 도서관, 그리고 집에서 늦은 밤까지 공부하며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 강의실을 나서면서 점심 동반자 2명을 만났다, 여성은 떨어졌고 남성은 합격했다. 위로와 축하의 악수를 하며, 아쉬움을 뒤로했다. 다시 기침이 나왔다.

"에이-취!, 에이-취!"

이제 감기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자신감이 생겼다. 얼른 가족 카톡방에 문자를 쳤다. 오타가 있었지만, 급한 마음에 발송을 눌렀다.

"나 함격이야! ㅎㅎ"

영식은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집에 도착 후 PC에서 시험 점수를 확인한 순간, 기분이 '싸~!' 했다. 합격선에 걸린 70점이었다. 답을 옮기는 과정에서 발견했던 한 문제가 그를 살린 것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 후, 감기는 1주일을 그와 함께했다….

'내가 옛날에는….'시절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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