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편집자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져 가는 요즘, 옷차림도 가벼워지는 걸 느낍니다.
봄이 오면 미세먼지와 황사 소식이 들려올 테지만
여름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잠잠해지는 추위가 조금 반갑기도 하답니다!
저는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피부가 그을릴 때까지,
땀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걷는 걸 좋아합니다.
몸 구석구석 열기가 충전되는 느낌이 들면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눈을 감고 있기도 해요.
장마와 벌레의 출현(...)을 견뎌야만 얻을 수 있는 순간이죠!
제게 여름은 이렇게 온몸으로 느끼는 계절인데요.
독자분들께서는 어떤 계절을 좋아하시나요?
책을 읽다 보면 계절의 색깔이 짙게 묻어나는 소설들도 있죠.
세상 어딘가에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사계절이 있는 것처럼,
눈에 오래도록 담고 싶어지는 책을 만나본 적이 있으신가요?
제게는 유디트 헤르만 작가의 소설이 그렇답니다.
유디트 헤르만 작가는 단편집 ≪여름 별장, 그 후≫, ≪단지 유령일 뿐≫ 등의
작품 활동을 이어온 독일 태생의 작가입니다.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뜨거운 열기 가득한 여름에 겨울철 독감에 걸린 느낌을 받곤 해요.
여름과 겨울을 동시에 떠올리게 되다니, 한 번 읽는 것으로 끝낼 수 없죠.
독자분들께 제가 좋아하는 유디트 헤르만의 단편소설 <소냐>의 일부 구절을 전합니다.
"그해 여름은 소냐의 여름이었다. 우리는 배를 타러 호수로 갔고, 나는 거울같이 맑고 갈대같이 푸른 물 위를 팔이 저려올 때까지 노 저어 갔다. 우리는 마을 식당에서 햄과 맥주로 저녁 식사를 했고, 소냐의 뺨은 빨갛게 익었고 머리는 햇빛과 같은 금발이 되었다. 우리는 들판의 야생화 다발을 팔에 안고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소냐는 꽃을 집에까지 들고 왔다. 나는 일을 거의 하지 않았고, 지도를 보고 부근에 있는 호수란 호수는 다 찾아가 수영을 하고 싶었다. 소냐는 매번 륙색에다 책을 가득 넣어 와서 내게 읽어 주기도 하고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저녁은 따뜻했고, 우리는 모기에게 물린 곳을 세어 보았고, 나는 그녀에게 풀피리 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해 여름은 밝고 푸른 날들로 이어진 고리였고, 나는 여름 속으로 빠져들어 갔으며 놀라울 것은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높고 큰 창문을 통해 슈프레 강을 볼 수 있는 소냐 집에서 밤을 보냈지만, 같이 잠을 자거나 키스도 하지 않았고, 만지는 일도 거의 없었다. "네 침대는 배야." 내 말에 소냐는 대답하지 않았다. 늘 그렇듯. 하지만 그녀는 여름 내내 작은 승리의 여신같이 보였다."
멀어져 가지만 다시 돌아올 겨울을 미리 그리워하면서,
남은 계절의 순간마다 독자분들의 기억에 남을 책들이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