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울렸다. 방 안에서 블로그를 쓰고 있던 그녀는 알람을 끄고 잠시 생각했다. 아직 글을 완성하지 못했는데 5분만 있다가 깨울까. 이제 6시 50분이니 조금 더 재워도 되겠지. 그녀는 쓰던 글을 서둘러 마무리했다. 5분만 더 쓴다는 것이 어느새 15분이 지났다. 노트북을 끄고 아이들 방으로 들어갔다. 울이는 이불을 걷어 차고 배를 내놓은 채 잠들어 있다. 꿍이의 이불 역시 발밑에 내동댕이다. 아이는 개구리처럼 엎드린 채 단잠에 빠져 있다. 불편하지도 않을까. 이불을 덮어주고, 엎드린 아이를 바로 눕혔다.
오늘은 짜증 없이 일어나야 할 텐데. 그녀는 아이들을 깨우기 전에 심호흡을 했다. 아이들을 깨울 때마다 짜증이 이어지고는 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울음을 터뜨려도 같이 화내지 말자고 마음을 다졌다. 아이들 어깨에 손을 대고 살포시 흔들었다. 울이가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으으으응!” 깨우지 말라며 엄마의 손길을 거부하는 소리였다.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녀는 유튜브 육아 영상에서 본 대로 5분 더 자도 된다고 말해둔다. 아이를 깨울 때 조금 더 잘 수 있다고 말하면 아이들이 기분 좋게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정말 그럴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녀는 주방으로 향했다. 아이 밥그릇에 밥 세 숟가락, 좋아하는 맛살전을 조금 담았다. 밥을 더 먹이고 싶지만 아이들이 아침에 밥을 먹는 것을 힘들어하니 그럴 수가 없다. 밥 한 숟가락을 더 담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아쉽기만 하다.
반찬이 너무 부실한 거 아닌가. 밥도 적은데. 그녀는 지금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요리 잘하고 부지런한 엄마였으면 좋았을 텐데. 밥을 조금만 먹는 게 그녀의 탓인 것 같아 마음이 쓰리다. 아이들이 잠투정을 할 뿐, 좋아하는 반찬 하나만 있으면 별말 없이 조금이라도 먹어주는 것에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울이가 밥상 앞에 앉았다. 아직 꿍이는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그녀는 꿍이를 번쩍 안아 밥상으로 갔다.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려고 밥숟가락을 입술에 톡톡 대었다. 꿍이가 팔다리를 마구 뻗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를 안고 있기가 힘이 들었다. 아침마다 시작되는 전쟁의 원인이 늦게까지 놀다가 자는 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아침에 피곤하지 않으려면 일찍 잤어야 했다고 처음에는 조곤조곤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참아 왔던 화가 치밀어 오르고 말끝이 높아졌다.
“그러게, 어제 일찍 자라고 했잖아. 늦게까지 노니까 아침에 피곤하잖아. 오늘밤에는 일찍 잘 거야, 말 거야?”
잠자코 앉아 있던 울이가 같이 소리를 높였다.
“엄마 소리 안 지르기로 해 놓고 또 소리 지르면 어떡해!”
꿍이가 겨우 잠에서 깼다. 이번에는 밥 먹이기 전쟁이다. 입안에 밥을 넣어줬으니 씹기만 하면 될 텐데. 밥을 입에 문 채 멍하게 앉아 있다. 시간은 자꾸 가고 그녀는 마음이 급해졌다. 빨리 씹어, 냠냠냠! 아이 앞에서 밥을 씹고 삼키는 시늉을 하며 아이를 재촉했다. 잠깐 따라 하던 아이는 다시 입을 멈추고 시선을 어딘가에 고정한 채 가만히 앉아 있다. 그녀의 말이 더 빨라진다. 씹어, 씹어, 이렇게 냠냠 냠냠. 시간이 10분 남았어. 얼른 먹고 치카하고 옷 입고 나가야지. 언제 다 할 거야?
꿍이가 느긋하게 말했다. 그냥 엄마 차 타고 유치원 가면 되잖아.
더 자고 싶은 꿍이
어느새 밥을 다 먹은 울이가 화장실에 가서 양치를 한다. 1분 만에 끝이 났다. 깨끗하게 했는지 가서 확인해 주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 꿍이는 그저 멍하다. 마지막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어주고 시계를 확인한다.
울이는 스스로 옷을 입고 그녀가 머리 묶어주러 올 때까지 책을 보고 있다. 아이 머리를 묶어주던 그녀는 아직 양말을 안 신은 것을 발견했다. 얼른 양말 가져와, 3분 남았어!
울이 등교 준비를 드디어 끝내고 배웅을 했다. 이제 꿍이 등원 마무리 준비만 남았다. 아침부터 진이 빠진 그녀는 얼음이 가득 든 아메리카노가 절실하다. 한 모금 마시면 힘이 다시 날 것 같다. 오늘도 이렇게 그녀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치유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3인칭 관찰자시점에서 본 아침 일상을 써 보았습니다. 아이들의 짜증에 자꾸 버럭 하는 저의 모습과 스스로 준비하는 첫째 아이, 졸음을 참아 내고 밥을 먹는 둘째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마음을 조금 더 내려놓고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